케이블카 타고
하늘을 날아요
케이블카를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을 만끽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겨울이면 설경이 아름다운 케이블카의 명소들로 안내한다.
글문유선
여행작가
- 평창 가리왕산 케이블카 정상의 풍경. 평창동계올림픽 때 사용하던 곤돌라를 재정비해 올해 1월 3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여행자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다. 케이블카는 여행자 입장에서 가장 효율이 좋은 운송수단이자 즐길거리다. 급한 경사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는 곳이나 걸어서 간다면 서너 시간 넘게 걸릴 거리도 한달음에, 그것도 날아서 간다. 산에만 있던 케이블카는 최근 호수와 바다까지 영역을 넓혔다.
케이블카와 곤돌라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케이블카는 두 개의 탑승기가 케이블의 양 끝에서 교차 운행하는데. 상행 탑승기가 올라가면 하행 탑승기가 내려온다. 타고 내릴 때는 탑승기가 완전히 멈춰선 상태다. 케이블카와 비슷한 곤돌라는 ‘흔들리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유래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운항하는 배와 스키장에 설치돼 있는 리프트, 고층건물의 외벽공사 등을 할 때 발을 딛고 서는 구조물 모두를 곤돌라라고 한다.
곤돌라는 여러 대의 탑승기가 줄에 매달려있고 줄의 양쪽 끝에 설치된 바퀴 모양 기계가 끊임없이 회전하며 줄을 움직이는 형태다. 곤돌라는 멈추지 않고 순환하며 운행되기 때문에 탑승객도 곤돌라가 움직이는 상태에서 타고 내린다.
이렇게 서로 다른 부분이 분명하지만 둘 다 묶어서 그냥 ‘케이블카’ 라고 부르기도 한다.
국토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삭도업체는 총 52개이며, 이 중 24곳이 관광용(테마파크 등과 연계된 경우 포함) 케이블카를 운행하고 있다. 가장 많은 케이블카가 만들어진 시기는 박정희 정부 시절이다. 1962년 국내 첫 여객용 케이블카로 도입된 서울 남산 케이블카를 비롯해 부산 금정산 케이블카(1966년 조성), 강원 설악산 케이블카(1971년 조성), 경북 구미 금오산 케이블카(1974년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80년대는 내장산과 팔공산, 90년대 대둔산과 울릉도에 케이블카가 개통했다. 2008년 경남 통영케이블카가 개통됐다.
2023년 1월 문 열다, 평창 가리왕산 케이블카
올해 1월 운행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상이다. 가리왕산은 정상인 상봉(해발 1,561m)을 비롯해 중봉(1,433m), 하봉(1,381m)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장을 건설하며 만든 곤돌라는 행사 이후 오랜 기간 멈춰 있었다. 원상복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스키장 재개장을 원하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다 최근 곤돌라만 다시 재정비, 관광객을 위한 운행을 시작했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맥들이 마치 밀려오는 푸른 파도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벽파령’이라고 불리는 가리왕산 정상 풍광은 장엄하고 황홀하다. 눈 덮인 산자락 사이 임도는 인적이 거의 없는 곳이다. 온갖 동물 발자국만 드문드문 보인다.
케이블카는 평창군 북평면 알파인 플라자 숙암역에서 하봉 가리왕산역까지 3.51km 구간을 운행한다. 탑승장은 파크로쉬 리조트 바로 뒷편에 있다. 가리왕산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20분이다. 중간지점에서 한 차례 문이 열리는데 내리면 안 된다. 숙암역에는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도 설치돼 있다. 케이블카 이용요금은 성인 1만원, 소인 6,000원, 정선군 및 자매도시 주민·경로우대자·장애인·국가유공자 5,000원이다.
- 평창 가리왕산에서 바라본 산맥
- 가리왕산에서 바라본 일출
드라마 ‘도깨비’ 명소 평창 발왕산 케이블카
평창 용평리조트가 자리잡고 있는 산이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해발 1,458m 발왕산이다. 이 산 정상까지 곤돌라가 운행한다. 안정성과 속도감이 뛰어난 100대의 8인승 캐빈을 이용하며 왕복 거리는 7.4km에 이른다. 발왕산 정상의 드래곤 캐슬 하차장까지는 18분 걸린다. 겨울 시즌에는 스키어와 관광객이 번갈아서 탑승한다.
정상부에 있는 드래곤 캐슬은 도깨비 등 여러 드라마에 등장하며 유명해진 장소다. 상층부에는 아찔한 스카이워크가 있다. 하단부는 스카이가든 옆으로 나무데크가 깔린 천년주목길 산책로가 연결된다. 겨울철 북서쪽 사면은 강한 칼바람이 불지만 데크길이 있는 동쪽 사면은 바람이 불지 않아 그다지 춥지 않다. 1시간 남짓 걸리는 둘레길은 이른 봄까지 눈과 상고대가 뒤덮인 겨울왕국 그 자체다. 스키장에 설치된 곤돌라 중 또 유명한 곳은 덕유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무주리조트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완만하고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 평창 발왕산 케이블카 시설
- 발왕산 정상의 스카이워크
바다 위를 날아라, 부산 송도 해상케이블카
송도 해상케이블카는 우리나라 제1호 공설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의 옛 명성을 되살리기 위해 29년만에 복원되었다.
송도 해상케이블카의 새 이름인 부산에어크루즈는 해수욕장 동쪽 송림공원에서 서쪽 암남공원까지의 구간을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탈캐빈을 포함하여 최신기종인 캐빈 39기가 운행된다. 특히, 바다 위를 가로질러 운행해 부산 송도 일대의 빼어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이 밖에 국내 최초의 케이블카 뮤지엄 ‘송도 도펠마이어 월드’, 아시아 최초의 공중그네 ‘스카이스윙’, 테마파크 포토서비스 등 다양한 테마시설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해상케이블카는 부산 송도 이외에도 여수, 목포, 화성 제부도, 해남 명량, 삼척 등에서 즐길 수 있다. 올해는 포항 환호공원에 해상 케이블카가 들어설 예정이다.
호남의 금강산 절경을… 완주 대둔산 케이블카
대둔산(877.7m)은 ‘작은 설악산’ 또는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산으로 전북 완주와 충남 논산·금산의 경계를 이룬다. 주능선 남쪽인 완주군 방면에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임금바위와 마왕문, 입석대, 신선바위, 돼지바위, 장군봉, 동심바위, 형제봉, 금강문, 칠성대, 낙조대 등 대부분의 명소가 있어 등산객 수도 완주 방면이 많다.
완주군 운주면 산북리에는 대둔산 7부 능선까지 한 번에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정류장에 내리면 짧은 산행이 시작된다. 정상까지 거리는 700m 정도지만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지 않다. 5~10분 정도 오르면 금강구름다리다. 폭 1m에 길이 50m 정도의 작은 다리지만 고도감이 상당하다.
구름다리를 지나면 작은 바위 전망대가 있다.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철계단인 삼선계단은 경사도가 엄청나 짜릿한 스릴을 맛볼 수 있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가을 단풍철이 가장 유명하지만 겨울, 이른봄도 멋진 산세를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다.
- 완주 대둔산 케이블카
- 완주 대둔산 설경
울산바위를 한눈에, 설악산 케이블카
한때 국내 신혼여행객의 필수 코스였던 곳이다. 케이블카 탑승장은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 내에 위치하며 해발 700m 높이의 권금성까지 약 10분이면 도착한다. 편도 이용이 불가하기 때문에 티켓은 왕복으로 끊어야 한다. 성인 기준 1만 1,000원. 두둥실 하는 느낌과 함께 케이블카가 출발하면 유리창 너머로 울산바위와 만물상 등 이름난 명소들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권금성에 닿으면 설악산의 기기묘묘하고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다. 고려시대에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권금성은 권씨와 김씨 두 장수가 하루 만에 성을 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지금은 터만 남아 있다. 권금성 바로 아래쪽에는 신라시대에 세워진 안락암과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온 무학송이 있다.
-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
- 권금성 케이블카 정상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