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과
부동산시장
연초 정부는 1.3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올해도 한두 차례 금리인상이 예견되고 있는 만큼 시장상황 변화에 따른 추가적인 규제완화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글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미국 최종 정책금리 5.0~5.5% 수준 전망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부동산시장도 겨울로 들어섰다. 2021년 8월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기준금리가 현재 3.50%로 부동산시장은 거래절벽을 넘어 거래 실종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는 향후 한두 번 더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7.7%의 물가가 12월에는 6.5%까지 하락했지만 연방준비제도(Fed)는 물가상승률을 2%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컬럼비아대 글렌 허버드 교수는 지난해 12월 20일 신년 인터뷰에서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을 세계경제가 직면한 주요 위협으로 꼽았다. 더불어 미국 주도의 금리 인상이 글로벌 자금 경색, 신흥국의 자본 유출, 환율 변동 등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중국의 팬데믹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도 새해 세계경제의 위협 요소라고 지적했다.
특히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시티뱅크, 버클레이, 도이치뱅크 등 유명한 투자은행(IB)들도 미국의 최종 정책금리가 5.00~5.5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기준금리는 시장에서 정책금리가 최종 수준에 도달한 뒤 금년 하반기쯤에나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되어 당분간 소폭이지만 한두 번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고금리, 주택 구입 못하는 이유 됐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시중금리가 인상될 것이므로 부동산시장은 물론 경기침체까지 예상된다.
수출시장은 이미 타격을 받아 무역수지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약 472억 달러 적자를 봤다. 2021년 한 해 동안 293.1억 달러 흑자를 본 상태에서 적자를 봤기 때문에 그 적자 폭은 사실 약 765.1억 달러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상되면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건설시장도, 부동산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주택시장도 큰 영향을 받는다. 주택수요자들은 이자부담 증가로 주택구입을 미루게 된다. 신규분양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증가하여 건설사의 자금압박으로 돌아온다. 주택을 필요로 하는 30~40대의 경우 이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고금리가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고금리는 도심 주택공급을 좌우하던 재건축·재개발 여건도 악화시킨다. 정부는 사업이 용이 하도록 안전진단을 비롯해 여러 방면에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자재비와 인건비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사업비 급증은 정비사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현재 재건축·재개발에 나서는 조합들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사업장도 장기화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주거환경은 점점 더 악화된다.
1.3부동산대책, 부동산시장 연착륙 유도 위한 것
지난해 말까지 주택가격 하락폭과 속도가 예사롭지 않게 진행되어 정부는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고자 1월 3일 서울의 서초·강남·송파·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규제를 폐지했다. 거래절벽과 역전세난, 깡통전세와 전세사기 급증 그리고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시장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도 담겼다. 지역규제가 풀리며 청약, 전매제한, 대출, 세제 등 부동산을 거래하는 전 과정 문턱이 낮아지고 다주택자의 대출·세제도 완화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투기가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우려와 ‘현금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한 무주택자들은 아직도 부동산 가격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하고 규제도 완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이 급락하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결국 정부로서는 부동산시장 연착륙 유도를 위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상황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DSR 규제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
확실한 미분양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PF대출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하고 시의적절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과 DSR 규제는 여전히 남아
이번 1.3부동산대책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총부채상환비율(이하 DSR) 규제는 손대지 못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실거주가 아니고는 주택 매수가 허용되지 않는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타지역 대비 집값이 덜 올랐다.
DSR은 갚아야 할 대출원금과 대출이자를 소득대비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한다. DSR을 적용하면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가 확 줄어든다. 정부는 당장 DSR 규제완화를 검토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지금도 가계부채가 1,900조가 넘는 상황에서 대출규제가 완화되면 경제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추가 규제완화 필요, 확실한 미분양대책도 마련해야
하지만 가격이 하락하는 시장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경착륙을 막을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정부는 시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따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DSR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미분양주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미분양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미분양주택이 쌓이면 결국 건설사의 자금압박으로 인해 PF 대출이자도 상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건설자금 조달도 어려워진다. 물론 증권사를 비롯해 금융권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사업장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향후 차질 없는 주택공급을 위해 PF대출규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하고 시의적절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