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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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의
하자판정 기준
법적 규율
정비 시급

공동주택 하자 관련 분쟁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획소송도 기승을 부린다.
입주민이 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하지 않고 소송에 참여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김형범
정책관리본부 본부장

국토부 하자심사·조정 건수 가파르게 증가
2010년 69건 → 2021년 7,686건
공동주택 주거비율 늘면서 하자분쟁도 늘어

최근 공동주택 하자 이슈가 언론에 연속보도되면서 하자발생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과 함께 하자가 발생했을 때 공동주택의 안전과 품질확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하자심사· 조정 신청건수를 살펴보면 2010년 69건에서 2020년 4,245건, 2021년에는 전년대비 1.8배인 7,686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국내 건설시장이 성숙하면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련 건축기술이나 자재의 품질이 진화와 발전을 거듭했고 평면은 공동거주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하자여부나 하자보수 비용의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과 이해관계의 대립 및 소송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선행소송이 종료되고도 2차, 3차 기획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자분쟁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표면적인 원인은 하자분쟁의 대상이 되는 공동주택 주거비율의 증가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주거비율은 1978년에 5.2%에 불과하던 것이 2018년에 61%로 증가했다. 그중 아파트 재고만 살펴보면 2008년 약 787만호에서 올해 4월 현재 약 1,233만호로 15년만에 약 1.6배 늘었다. 그리고 소득증가와 함께 국민의 주거수준과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권리의식도 강해졌다.

부실한 감정제도와 하자판정기준 이원화,
하자분쟁 발생시 하자보수 요청 않고
하자소송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

하자분쟁이 발생했을 때 입주자가 건설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대신 하자소송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하자소송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부실한 감정제도와 하자판정기준의 이원화를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건설분야 소송 역시 전문분야 소송 특성상 감정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의료감정이나 문서감정 등 여타 감정이 원인이나 진위 확인에 국한된 것과 달리 하자소송은 감정인의 감정결과가 판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감정인의 부실감정이나 부정행위를 방지할 법원 내 장치도 미흡해서 감정인이 소송 당사자와 금품을 매개로 유착하거나 불법 감정하도급을 하더라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원화된 하자판정 기준도 문제다. 서울중앙지법의 「건설감정실무」와 국토부의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으로 이원화 되어 명시항목과 판정기준이 다른 경우가 다수 있는 것도 소송 등 각종 분쟁의 원인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감정인마다 감정기준이 달라 감정결과 편차가 컸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에 「건설감정실무」를 마련했고 국토부는 이보다 뒤늦은 2014년에 하자판정기준을 고시했다. 하지만 이미 「건설감정실무」가 소송실무상 ‘규범화’되면서 법원이 하자여부 및 보수비용을 산정할 때 국토부 고시를 거의 반영하지 않고 있어 소송실무에서 판단기준이 되는 법적규율은 사실상 부재한 셈이다.
현재 많은 법원에서 아무런 법적효력이 없는 건설감정실무를 국토부 하자판정기준이나 행정규칙인 건축공사표준시방서 등의 지침보다 더 상위의 기준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동주택 하자소송 상당수가 기획소송
입주민 승소해도 변호사 수임료 높아
하자보수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 받게 돼

모든 하자소송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하자소송은 법무법인의 영업에 의한 기획소송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획소송은 당사자간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정리하기보다 소송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서 입주민이 승소해서 하자판결금을 받더라도 변호사 수임료와 기타 수수료를 제외하면 하자보수에 필요한 금액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다. 결국 입주자가 하자보수비용을 추가부담해야 하고 부실한 하자보수로 이어질 개연성이 큰 것이다.
무분별한 하자소송을 방지하고 공동주택 하자보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자유형을 명확화하고 하자보수에 대한 체계를 정립하여 소송실무에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 법적규율을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원이 하자판결소송에서 국토부 하자판정기준을 우선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 위계를 현행 시행규칙에서 법이나 시행령으로 상향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하자보수판결금을 하자보수보증금과 동일하게 하자보수 목적외에 사용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