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이 원활하게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방 중소중견 주택건설업체들의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PF대출을 받아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주택업체들은 미분양이 적체되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악성 미분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서울·수도권의 일부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분양난이 지속됨에 따라 경영난을 호소하는 주택업체들이 급증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서 집계한 올 상반기 건설사 폐업건수(248건)가 2011년 상반기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주택건설업계의 부도위기가 현실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도 주택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각종 주택규제 완화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회의 법안처리는 정치논리에 휘말려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지난 6월말 국토위 법안소위에 실거주 의무폐지 방안을 담은 주택법 일부 개정안과 재초환법,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특별법 등이 상정됐지만 여야간 입장차만 확인하고 성과없이 끝났다.

이들 규제완화 법안 가운데 실거주 의무는 전매제한과 세트규제로 봐도 무방하다. 지난 4월 정부가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주택시장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했지만 3개월이 넘도록 실거주의무 폐지법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재초환법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 3대 대못을 뽑고, 신속통합기획 등 인허가 절차를 앞당기는 등 도심주택공급활성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초환법 개정이 지지부진하면서 또다시 사업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고장난명’이라는 옛말이 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뜻으로 정부정책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 여야 모두가 원하고 있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서 관련 민생법안들을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시급히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