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뚫린 철길, 어디로 가볼까 낭만 기차여행
머릿속에 있던 낡은 사회과 부도를 업데이트 해야할 때가 왔다. 전국에 새로 뚫린 고속도로, 간선도로가 지천이고 육지가 된 섬도 여럿이다. 최근에는 국토의 동쪽과 서쪽, 수도권에 철도망이 대폭 보강돼 대중교통을 이용한 국내 여행이 한결 편해졌다.
글 문유선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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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 정차역인 정동진역의 해변
기차로 즐기는 7번 국도, 동해선 전구간 연결
한반도 동쪽 해안선을 따라 강릉과 부산을 이어주는 동해선 철도는 옛 동해남부선(부산진~포항)과 삼척선-영동선(삼척~동해~강릉) 중간 지점에 신규 노선 철도를 연결한 개념이다. 총사업비 3조 4,000억원을 투입, 2009년 공사를 시작해 완공까지 15년 걸렸다. 2009년 5월 착공한 1단계 포항~영덕 구간은 지난 2018년 1월 개통했다. 올해 1월부터 기존 노선 포함 시 강릉~동해~삼척~울진~영덕~포항~경주~울산~부산을 잇는 363.8㎞ 구간이 모두 연결되며 강원도부터 울산광역시, 부산광역시, 경상도에 이르는 동해안권 4개 시도가 일일생활권이 됐다. 강릉에서 부산까지는 3시간 50분 소요된다. 다만 운행 초기에는 안전 등의 이유로 최고 속도를 낼 수 없어 실제 운행 시간은 이보다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우선 강릉~부산 구간에 ITX-마음을 투입하고, 이후 열차 수요 등을 고려해 2026년에는 KTX-이음 투입을 검토 중이다. 최대 시속 250㎞의 KTX-이음 투입 시 강릉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은 2시간 30여분으로 더욱 줄어든다. 서울에서 출발해 울진을 가려면 KTX를 이용해 포항에서 환승해 북상하거나 동해에서 환승해 내려가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오전 8시 8분 서울~포항 KTX를 이용하면 울진에 오후 12시 25분 도착하고 오후 3시 1분 출발하는 서울~동해 KTX를 타고 환승하면 울진에 오후 6시 58분에 도착한다. 서울 출발 기준으로 총 소요 시간은 4시간 이상으로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장거리 이동의 피로감을 고려하면 열차가 훨씬 나은 선택이다. 더구나 겨울철에는 폭설이 잦은 강원 지역을 오가는 부담을 피할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다면 누리로 열차를 이용해 강릉~정동진~묵호~동해~삼척~근덕~임원~옥원~흥부~죽변~울진~매화~기성~평해~후포~고래불~영해~영덕~강구~장사~월포~포항까지 이어지는 7번 국도 라인을 따라 ‘도장 깨기’ 투어 완주에 도전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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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으로 갈수 있는 영덕 강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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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선이 정차하는 동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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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대게 경매장
동해선 ‘대게 특급’ 타고 먹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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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북 영덕과 울진은 ‘철도 없는 시군’에 속한 교통 오지였지만 1월 1일부터 동해선 미연결 구간 ‘동해 중부선’이 개통돼 기차가 다닌다. 과거보다 접근성이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뜻이다. 겨울철 동해안 북쪽 속초부터 남쪽 끝자락 기장까지 어항에 가면 거의 대게를 구경할 수 있다. 철도 노선을 따라 서로 대게 원조라 주장하는 각 도시를 들러 차이점을 찾아 보는 여행을 해봐도 좋겠다. 영덕 강구항에 가면 170여 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게 거리가 있다. 강구항 안쪽에는 영덕대게보존마을박물관과 직거래장터가 있다.
울진에는 대게로 유명한 항구가 둘 있다. 북쪽 죽변과 남쪽 후포다. 죽변은 아름다운 등대와 레일바이크 등 즐길거리가많아 연중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울진 최남단 후포항어판장에선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국내 대게 어획량 1위는 영덕도 울진도 아닌 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대게 물량의 절반 이상을 포항 구룡포에서 커버한다. 심지어 성수기에는 구룡포에서 잡힌 대게가 울진, 영덕으로 팔려 나간다. 구룡포항 초입부터 빼곡히 대게 거리가 형성돼 있다.
포항에서 대게와 함께 겨울 별미로 즐길 수 있는 것이 과메기다. 과메기는 원래 ‘눈을 꿰다’라는 뜻의 ‘관목(貫目)’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꽁치를 자연 바람에 건조시킨 것이다. 마른 김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나 간단한 채소와 함께 먹으면 별미다. 원래는 청어로 만들었는데 지금은 대부분 꽁치로 만든다. -
서해안 교통 혁명, 서해선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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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서화성역에서 홍성역까지 이어지는 90㎞ 구간의 서해선 복선전철이 지난해 11일 개통돼 대중교통을 이용한 충청권 여행이 편해졌다. 홍성~합덕(당진)~아산~인주(아산)~안중(평택)~향남(화성)~화성시청~서화성을 연결하는 이 구간엔 시속 150㎞급 ITX-마음 열차가 하루 8회(상·하행 각 4회) 운행되며 약 1시간 소요된다. 운임은 어른 기준 8,500원.
일산에서 안산 원시역까지 연결되는 수도권 전철 서해선을 타고 가도 된다. 미개통인 원시역~서화성 구간은 열차 운행과 연동해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버스를 갈아 타고 다시 서화성에서 ITX를 타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주말마다 주차장으로 변하는 서해안 고속도로 사정을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합덕제와 버그네 순례길
당진에 있는 합덕역은 그동안 철도교통 불모지였던 당진시에 처음으로 철도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역이다. 지금까지 대중교통만으로는 쉽게 가기가 여의치 않았던 합덕제, 버그네 순례길 코스(솔뫼성지-합덕성당-신리성지) 접근성이 많이 좋아졌다. 합덕역 기차시간표와 연계한 맞춤형 시내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떠나면 더 편하게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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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의 합덕성당
추억의 송추계곡으로 다시 달린다, 교외선 재개통
교외선이 올해 1월 11일 재개통했다. 21년 만이다. 지난 1961년 개통한 교외선은 수많은 청춘들을 서울에서 일영 유원지, 송추계곡, 장흥수목원 등 이른바 ‘MT 성지’로 실어 나른 ‘낭만 열차’이자 ‘청춘 특급’이었다. 안타깝게도 교외선의 전성기는 길지 않았다. 서울외곽순환도로 개통과 수도권 광역전철 확대로 이용객이 점차 줄면서 2004년 4월 여객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올해 재개통된 교외선은 무궁화호 열차가 투입돼 대곡역, 원릉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 의정부역 6개 역(30.5km)을 하루 왕복 8회 운행한다. 대곡에서 의정부까지는 50분 가량이 걸린다. 개통 초기에는 과거 운행 횟수 수준(왕복 6회)을 고려해 8회 운영하고, 단계적으로 운행을 확대할 예정이다. 교외선 전 구간 기본요금은 2,600원이다.
교외선은 사실상 관광 노선이다. 외곽순환도로가 막히지 않으면 대곡에서 의정부까지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교통수단으로 가치는 크게 떨어진다.
교외선에 투입될 무궁화호 열차는 과거 추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차량 내부 시설과 외장을 ‘레트로’ 콘셉트로 꾸몄다. 새로 리모델링하는 일영역에서는 기차여행의 향수를 되살릴 수 있는 박물관을 조성하고 사이다·계란 등 옛 열차간식도 판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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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영역
80년대에는 데이트 코스로 이름을 날렸던 곳. 2004년 이후 화물 열차만 드물게 오가던 간이역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이 역은 BTS 덕분에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2019년 한국관광공사가 총 137개국 외국인 2만 2,2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BTS 발자취를 따라가고 싶은 한국 관광명소 TOP 10’에서 일영역은 5위를 차지했다. 2017년 2월 발매된 ‘YOU NEVER WALK ALONE’ 앨범 타이틀곡 ‘봄날’ 뮤직비디오에 일영역이 등장한다. 기차여행을 콘셉트로 제작된 ‘봄날’ 뮤직비디오는 BTS 멤버 뷔가 ‘일영’이라고 쓰인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기차를 기다리던 뷔는 눈 쌓인 철길에 귀를 대고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듣는다(BTS 따라한다고 철로에 무단 진입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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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정원(구 일영 허브랜드)
2021년 숲길 정원으로 리뉴얼 오픈했다. 1만 6,528m² (5,000평) 넓은 대지위에 수목원, 숲길 허브 족욕카페, 갓 구운 마늘빵이 유명한 베이커리, 리빙샵, 야외결혼식장 등이조성되어 있다. 삼하리 일대는 전원일기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으로 많이 등장할 만큼 전원풍경과 녹음이 아름답다. 족욕카페에서 커피와 족욕을 함께 즐길 수 있고,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마늘빵을 맛볼 수 있다. 리빙 숍에서는 향초와 비누 등 리빙 소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식물원에선 다육이를 구매할 수도 있다. 반려견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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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선이 정차하는 원릉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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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한 디자인으로 재개통한 교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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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계곡
경기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에 위치한 계곡이다. 북한산국립공원 송추 오봉분소에 자리해 수도권 어디에서도 접근이 용이하다. 소나무와 가래나무가 많은 계곡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계곡 주변에는 소나무, 국수나무, 당단풍나무 등 울창한 숲과 기암괴석이 계곡물과 조화를 이루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봄,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