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속
주택건설산업
수요회복만이
살길이다
주택건설산업이 큰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2026년부터 본격화될 주택공급 쇼크를 경고한다.
지금으로서는 주택수요를 살리는 대책으로 민간주택공급을 견인하는 것이 엉킨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주택건설산업 총체적 위기에 직면,
건설원가 상승, 정치 · 경제 불확실성 등 원인
‘준공후 미분양’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 기록
주택건설산업이 총체적인 위기다. 건설원가 상승, 미수금 증가, PF 규제 등으로 위기가 계속되던 차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적·정책적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작년 11월 기준 국토부 통계에서 전국 미분양은 여전히 위험수위 기준인 6만호에 머물러 있고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국적으로 1만 8,644호로 4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주택공급 전망의 기초가 되는 인허가와 착공 실적도 한해 전보다 일제히 줄었다.
국토부는 올해 연간 인허가 물량이 최종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13만호 이상의 공공주택, 예년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42만 9,000호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2~3년 후에 다가올 공급 쇼크를 경고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착공 물량이 2017년~2021년 연평균 52만호에서 2022년 38만호, 지난해 24만호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비아파트도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연평균치(2005~2023년, 6만 1,000호)를 밑돌기 시작했으며 지난해는 4만호 이하까지 하락했다. 주택공급 감소는 2026년부터 본격화되어 2029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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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양극화 넘어 ‘초양극화’로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여파 반영되면서
중견과 지방건설사 설자리 좁아지는 실정
곳곳에서 나타나는 양극화 현상은 주택시장에서 더욱 심각하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를 넘어서 서울에서도 강남과 비강남권, 신축과 구축으로 대비되는 초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수요가 몰리는 서울, 강남, 신축 위주로 거래와 가격이 오르고 브랜드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서 주택공급도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24만호 가운데 절반이 10대 건설사 물량으로 쏠렸다.
여기에 2022년 이후 지속된 공사비 상승과 미분양 여파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절벽에 내몰린 중견과 지방건설사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실정이다. 중견건설사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어렵다어렵다 하면서도 생각보다 잘 버텨왔던 건설업계 위기가 현실화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견과 지방건설사가 분양하는 지방 사업지는 서울이나 수도권과 같은 소위 알짜 사업지에 비해 수요가 낮아 미분양 위험이 크다.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 자금 부담이 심화되고 이는 결국 건설사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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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대출총량제’ 실시로 실수요자 주춤
주택 공급대책에 비해 수요대책은 미흡해
주택구매력 제고를 위한 금융 · 세제 정책 도입해야
정부도 지방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국회의 외면과 부처 간 엇박자로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방 준공후 미분양을 해소하고 소형신축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작년 말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시행했던 대출총량제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주택 실수요와 정책효과의 온기마저 꺼버렸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 주택을 추가 매입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과거에 시행했던 양도세 비과세와 같은 좀 더 파격적인 세제 유인책이 필요하다.
주택구입비용 부담도 덜어줘야 한다. 주택구입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대출금리에 신속히 반영해서 즉시 인하해야 한다. 무주택자, 신혼부부, 청년 등 주거지원계층과 국민주택규모 이하 주택담보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주택구매력을 더 크게 제고할 수 있다.
정부가 공급에 초점을 둔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도 미흡한 수요대책으로 공급물량이 계속해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수요를 살리는 금융, 세제 대책이 있어야 위기에 내몰린 주택건설산업이 벼랑 끝에서 내려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