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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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비사업 트렌드 ➊

탄력 받은 미니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중소건설사 텃밭에 중견·대형건설사들 진출 경쟁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다.
사업성이 낮아 중소건설사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소규모정비사업에 최근 대형건설사들까지
잇달아 진출하며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구선영

서울 금천구 동진빌라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통해 다시 태어난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 전경. GD건설이 시공했다.

서울시 150여 곳, 부천시 200여 곳 추진 활발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총 154곳으로, 13곳이 완료됐다. 2016년에는 7개에 불과했던 사업장이 2018년 16개, 2019년 51개, 2020년 78개, 2021년 126개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올해 3월 기준 경기도에서 추진 중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총 468곳이다. 안양, 성남, 의정부, 시흥, 수원이 주를 이룬다. 단일 시로는 부천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총 98곳으로 로얄연립과 공항주택이 완공됐고 10여 곳이 공사 중이다. 사업초기 단계인 사업동의서 검인단계에 있는 사업장까지 합치면 200곳이 넘는다.
지방은 원도심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활발하다. 대전과 부산, 광주 등이 대표적이다. 대전에서는 8곳이 추진 중이며 다우개발, 반도건설, DL건설 등이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30여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광주에는 65곳이 있다.

  •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절차

    평균 3~4년
    자료 : 서울시

  • 주요 가로주택정비사업 완료 단지

    사업지 단지명
    서울 강동구 삼천리연립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
    서울 강동구 코끼리연립 라움포레
    서울 강동구 동도연립 다성이즈빌
    서울 강서구 등촌삼안1 등촌 파밀리에 더클래식
    서울 강서구 등촌삼안2
    서울 내발산동 발산미주 신세계플러스(도시형생활주택)
    서울 구로동 칠성아파트 승윤노블리안
    서울 서초동 남양연립 서초 프라임헤센
    서울 방배동 한국상록연립 서리풀 프라젠
    서울 면목5동 면목우성 면목 성호루브루
    서울 송파구 장안빌라 트리니엘
    서울 관악구 관악효신연립 관악 중앙하이츠포레
    서울 금천구 동진빌라 신독산 솔리힐 뉴포레
    부천시 소사본동 로얄연립 소새울역 신일해피트리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2년 반 걸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기존 가로구역(폭 6m 도로로 둘러싸인 구역)을 유지하면서 노후 주거지를 2만㎡ 이내 소규모로 정비하는 사업이다. 2012년에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대안으로 도입됐으나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2018년 일부 규제가 완화되면서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했고 이후 사업장이 급격히 증가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 등 다른 정비사업 방식에 비해 절차가 간단해 속도가 빠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로주택사업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년이다. 일반 재건축사업이 평균 9.7년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크게 단축된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결성 등의 절차가 생략되고, 건축심의를 통해 사업시행계획 인가 및 관리처분 인가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해제된 지역에서 서둘러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다.
둘째, 최근 지자체의 조례개정으로 사업성이 상승한 점도 영향을 준다. 부천시는 시 조례로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층수제한을 하지 않는다. 건축법 등 관련 기준을 충족한다면 15층 이상도 가능해 사업성이 높아진다. 부천시 가로주택사업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다.
성남시는 지난해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성남형 가로주택정비사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사업부지 중 일부를 도로 등을 위한 공공부지로 내놓을 경우 그만큼 용적률을 상향해 주는게 핵심이다.
서울시도 지난해 제2종일반주거지역(7층 이하)내 가로주택정비사업 층수를 임대주택 건설 시 10층 이내(기부채납시 최고 15층) 범위에서 완화하는 소규모주택정비사업 심의기준을 마련해 사업 활로를 열어주고 있다.

  • 가로주택정비사업 전 한국빌라와 상록연립의 모습. 1981년 지어진 건물이다.
  • 부천시 로얄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2021년 11월 완공된 신일해피트리 조감도. 지하2층~지상 15층 규모로, 118세대가 입주했다.
소규모정비사업에 대형건설사까지 몰려 경쟁 치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중소건설기업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서울시에서 완료된 가로주택정비사업만 보아도 참여 시공사가 YM종합건설, 다성건설, 동우개발, GD건설, 유림INC 등으로 중소건설사가 다수다.
대형건설사들이 수주전에 나선 것은 지난해부터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강화로 정비사업이 부진했던 대기업들이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소규모정비사업에 참여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표적으로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서울 대치 선경3차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내세워 수주하기도 했다. 호반건설도 올해 2월 장위15-1 시공사에 뽑혔다. 대우건설은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에 특화된 자회사를 세우기도 했다. 반도건설은 올해 처음으로 대전 구암동611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형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 새 정부가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대형건설사들이 다시 규모가 큰 시장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소규모정비사업 현장설명회에 중소건설사들이 적극 참여해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 실제 파인건설은 올해 4월 대상건설을 제치고 경기 혜원연립과 방배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대보건설은 신일, 동문건설과 3파전을 벌인 끝에 부천 장미아파트 소규모재건축사업을 따내기도 했다.

8.16대책으로 정부 힘 받고, 사업 탄력 전망

갈수록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8·16 공급대책’(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통해 민간건설을 통한 주택공급 확충 방침을 밝혔는데, 이 가운데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적용되는 혜택이 적지않다.
우선 금융지원이 강화된다. 현재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시주택기금 등을 통해 사업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 해당 기금 예산은 2,675억원 규모로 예상 수요인 9,000억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은행권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 융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자가 기금에 비해 높다는 게 문제다. 개선안에서는 은행권에서 민간자금 융자 시 기금과의 금리차(2.3~3.8% 포인트) 일부를 보전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금은 일반 재개발 사업에 한해 신축주택에 대한 취득세 특례가 제공되고 있다. 대책에서는 소규모재개발사업 등도 1가구 1주택 조합원에 대해서는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규모정비사업 추진 중 사업방식을 변경하려는 경우 절차도 간소화돼 앞으로는 주민총회를 통해 동의만 얻으면 사업방식 변경이 가능하도록 허용된다.
소규모정비사업에 대한 광역교통시설부담금 감면규모도 확대된다. 현재는 50% 감면이지만 앞으로는 사업과정에서 도로·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할 경우 최대 75%까지 부담금을 감면해 준다.
가로주택은 최근 몇 년간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수차례 규제가 완화됐다. 인허가권자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밀어준다는게 가로주택사업의 매력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성공사례
  • 강동구 동도연립 ⇨ 다성이즈빌
    • 서울시 가로주택정비사업 준공 1호
    • 2015년 1월 사업추진, 2017년 12월 입주
    • 66세대 → 96세대 (지하 1층~지상 7층)
    • 시공 : 다성건설

    동도연립은 재건축을 위해 10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하다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전환한 지 약 3년 만에 준공됐다. 연립주택 66세대 주민들은 세대당 평균 6,500만원의 분담금을 내고 96세대로 증축한 뒤 일반가구분양 수익을 합쳐 새 아파트를 완성했다. 다성이즈빌은 후분양방식을 채택했지만 20일 만에 완판됐다.

  • 서초구 한국·상록연립 ⇨ 서리풀 프라젠
    • 2018년 10월 사업시행계획 인가, 2020년 5월 입주
    • 47세대 (지하 1층~지상 7층)
    • 시공 : YM종합건설

    1981년 건축한 상록연립과 1985년 건축한 한국빌라를 함께 개발한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2017년 1월 조합설립 인가, 2018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2020년 5월 입주를 완료해 재건축을 빠르게 진행한 단지다. 시공사인 YM종합건설은 입주민을 위한 운동시설, 주민편의시설, 지하창고, IoT를 접목시킨 홈시스템을 적용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 강동구 삼천리연립 ⇨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
    • 2018년 2월 건축심의 통과, 2020년 말 입주
    • 45세대 → 89세대 (지하 1층~지상 13층)
    • 시공 : 원건설

    30년 이상된 노후연립으로 수차례 재건축을 시도했으나 진행이 잘되지 않던 중 가로주택정비사업 제도를 활용해 재건축에 성공한 단지다. 연립 3개동을 헐어 아파트 2개동으로 신축하고 중앙에 공원을 만들어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 관악구 효신연립 ⇨ 중앙하이츠포레
    • 2018년 2월 조합설립, 2022년 6월 입주
    • 48세대 → 82세대 (지하 1층~지상 7층)
    • 시공 : 동우개발

    1982년 준공된 관악효신연립은 SH공사가 공동시행자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동우개발이 시공, 2018년 조합설립 이후 4년 만인 2022년 6월에 입주했다. SH공사로부터 사업비를 조달받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