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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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엔데믹 시대에도 제주도의 인기는 뜨겁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700만 명이 몰려들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핫플’로 사랑받고 있는 제주도 인기 여행지를 만나보자.

문유선 여행작가

  • 정방폭포와 마주한 서귀포 해변의 풍경.
    정방폭포는 국내에선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만약 당신이 코로나 확산 이전에 제주에 다녀왔다면 벌써 3년 넘게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제주 여행의 트렌드가 여러차례 바뀌었고 새롭게 떠오르는 관광 명소, 맛집들도 늘어났다. 렌터카를 빌려 점을 찍듯 바쁘게 다니던 여행 패턴은 이제 끝물이다. 본인의 차를 제주에 탁송으로 보내 놓고 ‘한달 살기 숙소’를 빌려 느긋한 템포로 장기간 머무르는 여행이 요즘 유행하는 여행법이다.
1박 2일 정도 단기 여행이고 동선이 단순하다면 택시를 이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최근에는 노선버스가 대거 확충돼 대중교통 이용도 한결 편해졌다.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숙소의 형태도 달라졌다. 왁자지껄 파티가 열렸던 게스트하우스가 시들해졌고 호젓한 독채스테이 형태의 숙소가 젊은 여행자에게 인기다.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는 비싸지만 방역 우려에서 자유로운 풀빌라 펜션이 대세다.
제주 경험이 많은 ‘N차’ 방문객이 늘어나며 여행 코스도 진화했다. 해안을 포기하고 중산간 내륙을 헤집고 다니는 이들이 코로나 이전보다 부쩍 늘었다. 유난히 힘들었던 긴 여름이 끝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이 왔다.
다시 떠나보자. 제주도, 푸른 밤하늘 아래로.

‘제주도 푸른 밤’은 정방폭포에서 올려다 본 풍경?

‘제주도의 푸른 밤’은 들국화 멤버였던 최성원이 1988년 솔로 음반을 내며 첫 머리에 넣었던 곡이다. 당대의 ‘힙스터’였던 최성원은 역시 빨랐다. 지금 유행하는 ‘한달살기’를 ‘쌍팔년도’에 이미 클리어했다. ‘님 그림자’, ‘파랑새’를 만든 작곡가 김욱이 제주도에 살았는데 최성원이 그의 집에 놀러 가 한 달 남짓 머무르다 만든 노래가 ‘제주도의 푸른 밤’이다.
노래 말미에 나오는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의 ‘푸르매’는 김씨의 딸이름이라고 한다. 이후 성시경, 유리상자, 태연, 소유 등 수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이 노래는 삶에 지친 도시인에게 제주 여행에 대한 판타지를 심어준 ‘일등 공신’이다.
최성원이 바라봤던 ‘제주도 푸른 밤’은 서귀포시 정방폭포 매표소 부근으로 알려져 있다. 정방폭포는 천제연폭포, 천지연폭포와 더불어 제주도 3대 폭포라고 불리지만 의외로 가보지 않은 사람이 많다. SNS에서 ‘핫한’ 여행지만 찾아다니는 여행 패턴을 고수한다면 가볼 일이 없는 곳이다.
정방폭포는 높이 23m, 너비 8m에 깊이 5m에 달하며, 국내에선 유일한 뭍에서 바다로 직접 떨어지는 폭포다. 서귀포 시내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에 있다. 입구의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하고 소나무가 있는 계단을 따라 5분 정도 내려오면, 햇빛이 비쳐 은하수 빛깔로 변하는 정방폭포를 볼 수 있다. 멀리서도 시원한 폭포 소리가 들리고, 폭포 양쪽으로 주상절리가 잘 발달한 수직 암벽도 볼 수 있다. 2008년 국가 명승 제43호로 지정되었다.
소정방폭포는 정방폭포에서 동쪽으로 300m 떨어진 해안에 있다. 높이는 7m 정도로 아담하다. 제주에는 백중날(음력 7월 15일) 차가운 물을 맞으면 일 년 동안 무사 건강하다는 풍속이 있어 백중날 물맞이 장소로도 사랑받는다. 이곳에서 보는 서귀포 앞 바다의 야경이 무척 아름답다.

  • 정방폭포는 제주도 3대 폭포로 불린다.
  • 정방폭포 인근에 자리한 7m 높이의 소정방폭포
‘우영우’에 나온 그 사찰, 관음사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관심을 모았던 제주도 사찰 ‘황지사’는 지리산 천은사 관련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주요 촬영은 제주도 한라산 북쪽 기슭 관음사에서 진행했다.
관음사는 제주 시내와 가까워 도민들에게는 친숙한 사찰이다. 일주문을 지나 사천왕문까지 직선으로 뻗은 진입로 양편에 도열한 석불이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 23교구 본사 관음사는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사찰이라는 기록이 남아있었으나 1702년 유교를 국가 통치이념으로 삼은 이유로 인해 제주 지역사찰이 전부 훼철되어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1908년 다시 중창되어 완공하였고 제주시 중앙로 시내에 포교당인 대각사를 세워 도민들과 함께 포교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전략적 요충지였던 관음사에서 토벌대와 입산 무장대가 대치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모든 전각이 전소되었다고 한다. 이후 1969년 대웅전부터 천천히 불사가 이루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관음사에서는 템플스테이, 달빛 동동(걷기 치유 명상), 토요 명상여행, 휴식형 행복명상&힐링, 만다라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제주에서 관음사만큼 규모가 큰 절로는 서귀포 약천사가 있다. 이 절은 이국적인 분위기의 사진 배경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효리네민박’에 나왔던 ‘천왕사’, 수국길이 예쁜 ‘남국사’, 사계리 해변이 보이는 산방산 ‘보문사’ 등도 가볼만하다.

  • 이국적인 풍경이 아름다운 서귀포 약천사
  • 관음사 진입로에 석불들이 도열해 있다.
  • 산방산 보문사의 대웅전
제주의 ‘터무늬’가 새겨진 곳, 알뜨르 비행장

건축가 승효상은 제주와 관련 깊은 인물이다. 대정읍에 있는 추사관, 아트빌라스 리조트 등 제주의 주요 건축물이 그의 손을 거쳤다. 승효상은 제주의 건축을 설명할 때 ‘터무늬’라는 말을 꺼내 든다. 모든 땅에는 그 지리적 특성과 역사가 새겨진 흔적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터무늬’다. 제주의 ‘터무늬’를 설명할 때 그가 찾는 곳이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이다. 송악산, 단산, 모슬봉, 산방산 아래쪽 뜰이라는 의미를 가진 알뜨르 비행장은 정뜨르 비행장과 함께 대표적인 일제의 군사시설이다(정뜨르 비행장은 현재의 제주공항이다).
알뜨르 비행장은 중일전쟁, 남경 폭격을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약 10년간 모슬포 지역의 주민들을 강제 징용하여 만들었다고 알려져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아픔이 남겨진 곳이다. 일본의 극단적인 전술인 가미카제를 위한 조종 훈련을 이곳에서 시행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넓은 들판 가운데 곳곳에 20개의 격납고가 있으며 19개가 원형의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다. 원래 군용지이나 현재는 농지로 임차되어 농작물이 경작되고 있다. 인근 송악산 일대에도 일제시대 대공포 진지 등이 보존돼 있어 둘러볼 만하다.

  • 알뜨르 비행장에 전시된 비행기
  • 원형을 간직한 알뜨르 비행장의 격납고
  • 알뜨르 비행장의 넓은 들판
사람이 만든 명품 여행지, 스누피 가든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설립자의 진심이 담긴 스누피 가든은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개관한 비교적 ‘신상’에 속하는 여행지다.
이름뿐인 ‘가든’이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수준 높은 조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든 곳 같지만, 실제 가보면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예술적인 건축물은 이름난 건축상도 받았다. 제주오름을 오르는 듯한 동선이 자연스럽게 외부가든으로 이어지게 설계됐다.
스누피 가든은 50년간 연재된 만화 ‘피너츠’를 테마로, 1,000여평의 실내 테마홀과 2만 5,000여평의 야외 가든으로 나뉜다. 스누피는 우리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일단 오늘 오후는 쉬자’고 말하며 여유와 휴식을 찾도록 도와준다.
특히 이곳은 BTS 멤버 지민이 방문해 주목 받았다. 지민이 스누피 모형 곁에 앉아 머물던 호숫가는 팬들 사이에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 수준 높은 조경을 선사하는 스누피 가든
  • 스누피 모형들과 함께 찍는 인증샷이 인기다.
자연에 들른 손님, 훈데르트바서 파크

올해 상반기 개관한 우도 훈데르트바서 파크도 가볼 만하다. 파크 내부에는 전시관, 카페, 숙박시설이 있다.
훈데르트바서는 세계적 건축가 겸 환경운동가이자, 오스트리아 대표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라는 신념을 고수해왔다. 훈데르트바서는 작품에서도 직선을 배제하고, 강렬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을 담았다. 건축물에도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유명 관광지로 손꼽히는 오스트리아의 ‘훈데르트바서하우스’, ‘쿤스트 하우스 빈’, ‘바트블루마우’ 등이 그의 대표적인 건축 예술작품이다. 훈데르트바서 파크는 ‘내추럴 아티스틱 파크(Natural Artistic Park)’를 표방한다. 건물을 지을 때 베어나가는 수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자생하던 수목들을 건물 옥상 위에 옮겨 심는 훈데르트바서의 ‘나무세입자’ 철학을 파크 내 건축물들에 적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 올해 우도에 개관한 훈데르트바서 파크의 전경

사진출처
제주관광공사, Visitjeju.net 훈데르트바서 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