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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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를 품은 땅 지질 여행

지구의 속살을 볼 수 있는 겨울철 지질 여행은 색다른 묘미가 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은 4곳과 국가지질공원 1곳을 소개한다.

문유선
여행작가

제주 만장굴

초록빛에 가려져 있던 흙과 바위가 모습을 드러내는 계절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지구 본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지질 여행’의 최적기가 왔다.
지난 1990년대 초반, 지질유산과 지질보존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면서 1996년 제30회 국제지질과학총회(International Geological Congress, IGC)에서 지질공원이 처음으로 논의됐다. 2004년 여러 나라들의 지질공원들이 모여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를 결성해 이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지질공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2015년 지질공원 유네스코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됐고 여행자들의 새로운 관심거리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제주도가 2010년 우리나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지질공원(地質公園, Geopark)’은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우수한 지역으로서 이를 보전하고 교육·관광 사업 등에 활용하기 위해 지정하는 공원의 한 종류다. 또한 지질공원은 지질뿐만 아니라, 그곳에 살아가는 동물과 식물, 역사, 문화 등을 모두 아우른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질공원은 제주도, 울릉도·독도, 백령·대청, 한탄강, 강원평화지역, 부산,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 강원고생대, 경북동해안, 전북서해안권, 진안·무주, 단양, 고군산군도, 의성 등이다. 이들 중 제주, 청송, 무등산권, 한탄강은 유네스코가 선정한 지질공원이다.

  •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

    한탄(漢灘)이란 ‘한여울’ 곧 큰 여울을 뜻하는 말이다. 한탄강은 강원도 평강의 추가령곡에서 발원해 철원과 연천을 거쳐 전곡에서 임진강과 합류한다.
    한탄강은 우리나라 어느 강보다도 변화무쌍하고 풍광이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이 강은 발원지에서 임진강의 합류점까지 현무암으로 된 용암지대를 관류하기 때문에 곳곳에 수직절벽과 협곡이 형성되어 절경을 이룬다.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은 한탄강의 대표 절경인 주상절리 협곡과 다채로운 바위로 가득한 순담계곡을 따라 절벽과 허공 사이를 걷는 잔도로, 아찔한 스릴과 절경을 동시에 경험하는 코스다.

  • 한탄강 주상절리

세계지질공원의 중심 청송 주왕산

청송 주왕산은 설악산(강원도 인제), 월출산(전라남도 영암)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암산(巖山)으로 손꼽힌다. 경북에서는 가장 명산으로 산의 모습이 마치 돌로 병풍을 친 것 같다고 해서 옛날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중심인 주왕산에는 아름다운 풍광과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식생·동물 등이 있다. 세계 희귀종부터 천연기념물까지 인류 문명과 함께 잘 보존된 곳이 주왕산이다. 상의주차장에서 주봉~후리메기삼거리~용연·용추폭포~상의주차장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주봉 정상의 표지석 부근에는 약 200m2 평지가 있다. 주봉 전망대에 오르면 하늘을 향해 높게 솟은 기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한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아홉 마리 용이 살았다는 구룡소도 볼 수 있다.
주왕계곡 코스는 상의주차장에서 절구폭포~용연폭포를 지나 내원마을까지 올라간다. 계곡 입구에서 100m 부근에 아들바위가 있다. 뒤를 돌아 가랑이 사이로 돌을 던져 바위 위에 돌을 올리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 청송 백석탄 계곡

  • 청송 주왕산

광주 무등산 서석대와 입석대 주상절리

광주의 진산이자 호남정맥의 중심인 무등산은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이다. 해발 1,187m. 광주의 정기를 품은 탓에 일찍이 광주의 옛 이름(무진주(武珍州)·무주(武州))처럼 무진악(武珍岳) 또는 무악(武岳)으로 불린 명산이다. 산 정상은 천왕봉·지왕봉·인왕봉 등 3개의 암봉으로 이뤄져 있다. 산 마니아들은 ‘정상 3대’라고 부른다. 서석대까지만 오갔던 무등산 탐방로는 올해 57년 만에 인왕봉과 지왕봉 코스가 열렸다.
정상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규봉, 입석대, 서석대 등의 이름난 기암괴석이 포진한다. 터가 좋기에 사찰도 많다. 증심사, 원효사, 약사사 등 유명 사찰이 자리 잡고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서석대와 입석대 주상절리다. 철원과 제주도에서 볼 수 있었던 화산암의 멋진 주상절리를 무등산 중턱에서 본다니. 세계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2018년 4월 공식 등재된 것도 신기하리만큼 우뚝 솟아 있는 특이한 지형 덕이다.
지리학자조차 독특한 지형과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마치 하늘로 치솟는 돌기둥은 바다에 있는 주상절리를 산 정상에 옮겨 놓은 것처럼 신기하고 장엄하다고 입을 모은다.

  • 무등산 규봉암

  • 무등산 서석대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 제주

제주도는 신생대 제4기부터 역사시대에 걸쳐 활동한 화산분출물로 형성된 ‘살아있는 지질 박물관’이다. 섬에서 경관이 뛰어난 명소 9곳(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서귀포층,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수월봉,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GN)에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았다.
풍화와 침식에 의해 순상화산의 원래 지형이 파괴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는 한라산은 2002년과 2007년에는 각각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과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적인 명소다.
제주 바닷가 대부분은 화산암이 노출된 암석해안이다. 검은 현무암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산방산 용암돔의 남쪽 해안에 있는 용머리해안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화산 지형으로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응회환의 일부다.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용머리’로 불리며, 해안경관이 뛰어나다.
제주도 지형의 또 다른 특징 중의 하나는 지경이 발달한 대규모의 용암동굴이다. 한라산 주변에 위치한 단성화산으로부터 점성이 작고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가 해안 쪽으로 반복해서 유출되면서 그 내부에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시스템이 형성됐다. 만장굴은 거문 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땅 위를 흐르다 만들어진 용암동굴로 전체 길이 약 7,400m, 최대 높이 약 25m, 최대 폭 약 18m에 달한다.

  • 제주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 제주 한라산

백령도 두문진과 대청 서풍받이

백령도의 지질 여행 일번지는 단연 두문진이다. 명승 제8호로 지정된 두문진은 해안을 따라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을 말한다. 그 모양과 색이 무척 독특한데, 백령도 지질의 특성인 규암 위로 다른 암석들과 함께 시간의 흐름 속에 쌓여 겹겹이 다르게 형성된 것이다. 두문진이란 이름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군사기지가 백령도에 있을 때부터 불리게 된 이름으로, 투구와 같은 말인 두무를 쓴 장군들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리기 시작했다.

백령도 두문진

사곶 사빈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것과 함께 전 세계에서 단 두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지형 및 지질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언뜻 보면 모래로 이루어진 듯 하나 사실은 규암 가루인 규조토가 두껍게 쌓여 이루어진 해안으로 썰물 때면 길이 2km, 폭 200m의 사빈이 나타난다. 썰물 때는 단단한도로가 생겨 차도로 사용되고, 군 수송기의 이착륙도 가능하다.
콩알 크기의 돌이 가득한 콩돌해변도 백령도의 특별한 해변이다. 이곳 역시 1997년에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됐다. 모래로 이뤄진 사암이 열과 압력을 받아 변하면 규암이 되는데, 이 규암이 파도에 의해 서로 부딪혀 깎이고 깎여 이곳 콩돌이 된 것이다. 콩돌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약 1만 5,000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 대청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에는 유배지로 널리 알려진 외진 섬이다.
이 섬의 대표 명소는 ‘서풍을 막아주는 바위’를 일컫는 서풍받이다. 거리 3.5km, 1시간 30분쯤 걸리는 서풍받이 트레킹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서풍받이만 걷기 아쉽다면 삼각산을 연결해 장쾌한 트레킹을 즐겨보자. 두 곳을 엮어서 흔히 ‘대청도 삼서길’이라 부른다. 삼각산과 서풍받이의 첫 글자를 딴 이름이다. 삼각산 트레킹은 거리 3.5km, 넉넉히 2시간쯤 걸린다.

  • 백령도 콩돌해변

  • 백령도 사곶해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