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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팝콘처럼 터지는 봄소식
매화 향기 그윽한 여행지

봄마중은 매화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뜨릴 전국의 매화 명소들을 소개한다.
  • 문유선 여행작가
에버랜드 하늘매화길은 수도권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매화 구경 명소다. 절정기는 남부지방에 비해 다소 늦은 3월이다. 에버랜드 제공

매화는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이다. 2월 초순 제주를 시작으로 중순 무렵이면 거제, 광양 등 남해안 인접 지역에서 매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면 자연의 시계는 겨울에서 봄으로 바뀐다.
추운 계절에도 고고하게 꽃을 피워내는 매화는 선비의 꽃이다. 동아시아권에서 매화는 세한삼우(歲寒三友)로 불리며 여러 시인 묵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세한삼우는 송(松), 죽(竹), 매(梅)를 뜻하는 것이 보통인데 매(梅), 수선(水仙), 죽(竹)을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조선시대 상류층 여인들은 절개의 상징인 매화와 댓잎을 비녀에 새긴 매화잠(梅花簪)을 애용하기도 했다.
재래종 매실나무는 추위에 약해 남쪽 지방이나 겨울이 따뜻한 영동 지역에 주로 식재했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날씨가 따뜻해졌고 신품종이 보급되며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매화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매화 절정기는 지역마다 다르다. 이른 곳은 1월 하순에도 꽃망울을 터뜨리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동백~수선화~매화~벚꽃 순서라고 생각하면 쉽다. 남부 지방에서는 2월 중순이면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3월 첫 주 만개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부지방에서는 벚꽃이 피기 전인 3월 중순 무렵이 매화 시즌이다. 고도, 일조량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전국에서 매화 구경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전남 광양 청매실 농원 일대다. 이 지역은 매년 매화 축제 무렵 주말마다 엄청난 혼잡이 벌어진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축제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인파는 그대로다. 꼭 가보고 싶다면 평일을 추천한다.
광양 말고도 전국 곳곳에 ‘매화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들이 제법 많다. 서둘러 매화를 보고 싶다면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관광객이 쏟아져 내려오는 전라도 보다는 경상도 지역이 덜 붐빈다.
서울과 수도권 인근 지역에도 매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시내 고궁과 용인 에버랜드다.
매화와 벚꽃은 비슷하게 생겨 혼동하는 사람도 많다. 모두 장미과 유실수로, 이파리보다 꽃이 먼저 핀다.
벚꽃은 꽃잎에 작은 홈이 있고, 살구꽃보다 꽃대가 길다. 벚꽃 꽃잎은 바깥쪽에 오목하게 홈이 파인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매화는 홈 없이 꽃잎 전체가 둥그런 모양이다. 벚꽃의 꽃받침은 뾰족하고 가느다랗게 생겨서 마치 별 모양 같다. 매화 꽃받침은 붉은색으로, 꽃잎과 마찬가지로 둥그런 모양이다. 꽃받침 색깔이 선명하고 크기도 커서 구분하기 쉽다.

전라도의 숨은 매화꽃 명소 고흥 인학마을

‘남도의 봄’을 꼭 즐기고 싶다면 인파가 몰리지 않는 고흥반도 방향을 추천한다. 고흥군 인학마을 매화농장은 전라도의 숨겨진 매화꽃 명소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호젓한 봄나들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쉬쉬’하며 찾는 곳이다. 2월 말부터 꽃망울을 터트려 3월 중순이면 만개한 매화꽃이 장관을 이룬다.
단일 농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약 13만㎡ 면적에 3,500여 그루의 청매·홍매 나무가 작은 산비탈을 따라 줄지어 서 있다.

고흥 인학마을은 단일 농장으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매화밭이다.
고흥은 일조량이 풍부해 2월 하순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고건축과 홍매화의 조화 양산 통도사

양산 통도사는 2월 중순 만개하는 홍매화로 유명한 곳이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홍매화와 함께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는 여행지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큰 절이다 보니 주말에는 계절과 관계없이 많은 인파가 몰려 새벽에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
신라 선덕여왕 15년(646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통도사는 무척 큰 절이다. 처음 가본 사람은 대학 캠퍼스만한 크기에 놀란다. 전국 208개 말사와 17개 산내 암자를 거느리고 있는 통도사는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양산 통도사 홍매화는 고건축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양산 통도사 홍매화는 개화 시기가 빠른 편이다.
전망 좋은 하늘매화길 용인 에버랜드

에버랜드에도 매화가 있다. 자연농원 시절부터 이어 온 40여년 노하우가 집약된 ‘하늘매화길’에는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 각지에서 특별 공수한 만첩매, 율곡매, 용유매 등 11종 700여 그루의 매화나무들이 은은한 향기를 퍼뜨린다. 3월 중순 개화를 시작해 3월 말이면 절정에 이른다.
최상단 전망대 ‘해마루’와 ‘달마당’에 심어진 ‘만첩홍매’ 2그루는 경북 구미에서 옮겨 온 수령 50년 이상 된 고목으로 수형이 크고 아름다워 하늘매화길의 대표 매화로 손꼽힌다.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이 직접 가꾸었다고 문헌에 전해지는 천연기념물 484호 ‘율곡매’의 재배 묘목, 구불구불한 가지 모양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용을 닮은 ‘용유매’, 가지가 땅으로 향해 겸손을 상징하는 ‘수양매’ 등도 에버랜드에서 만날 수 있는 희귀 품종이다.

하늘매화길에서 내려다본 에버랜드 전경
매화향기 진동하는 서당 안동 도산서원,병산서원

“저 매화에 물 주라.” 평생 매화를 아꼈던 퇴계 이황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남긴 말이다.
안동 도산서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다. 퇴계 선생은 매화를 무척 사랑해 서당 주변에는 봄마다 매화향기가 진동했다. 지금도 봄이면 서원에는 매화가 풍성하게 피어난다. 서당 옆에는 특별하게 향기가 진한 매화 한 그루가 있는데, 서로 다른 품종을 교잡해 만든 개량종이다.
하회마을과 인접한 병산서원도 매화로 유명한 곳이다. 만대루를 지나 돌계단을 올라서면 입교당이 보이고, 마당의 앞쪽 좌우 가장자리에 매화나무 두 그루가 그림같이 서 있다.

도산서원 담장과 매화
도산서원 매화는 향기가 진하기로 이름높다.
조선왕조 궁궐 속 매화의 향연 서울 창덕궁, 창경궁

선비들이 만든 나라, 조선의 왕실도 매화를 유독 사랑했다. 궁궐에서는 임금님의 대변을 ‘매화’, 소변을 ‘매우’, 임금님의 이동식 변기를 ‘매화틀’이라고 불렀다.
5대궁 모두 매화를 볼 수 있지만 창덕궁과 창경궁을 추천한다.
창덕궁 성정각 자시문 앞 ‘성정매’와 건너편 삼삼와 앞의 만첩홍매화, 경훈각 뒤편의 화계(花階, 계단식 화단)와 낙선재 뒤편의 화계, 금천교 주위, 낙선재 앞마당에 무리 지어 자라는 매화나무가 가장 유명하다. 세자의 공간인 동궁 ‘성정각’ 담 밖 자시문 앞에 있는 ‘성정매’는 높이 4m, 수령 400살 정도로 추정된다.
창덕궁과 연계 관람이 가능한 창경궁은 옥천교 일대 매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 창경궁 옥천교 일대의 매화도 유명하다. 문화재청 제공
  • 창덕궁 동궁 지역에서 만개한 매화를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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