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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년(壬寅年)엔 좋은 일만
새해 소원과
함께하는 여행지

특별한 장소에서 새해 소원을 빌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도심 속 일출 명소를 방문해도 좋고 고즈넉한 종교 성지나 기도처를 찾아가도 좋다
  •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왕산에 오르면 한양도성과 범바위가 전망된다.

1월의 여행은 여느 달보다 각별하다. 새해 첫 태양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일출 명소에 몰려든다. 저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의지를 다지고 희망을 그려보는 소중한 시간이다.
안타깝지만 올해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새해 해돋이 축제는 취소다. 하지만 낙담하지 말자. 행사장을 폐쇄해도 해는 뜬다. 새해 첫날 해맞이를 이런저런 사정으로 놓쳤다 해도 낙담할 필요가 없다. 그냥 새해 첫 달에 해를 봤다고 의미를 두면 된다.
멀리 떠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도심 속 일출 명소를 가면 되고 인파가 몰리는 것이 걱정된다면 각 종교의 성지, 기도처를 찾아가 봐도 좋다.

일출산행으로 인기 서울 인왕산 범바위

2022년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壬寅年)이다. 임(壬)은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를 뜻한다.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호랑이가 살았다. 서울에도 호랑이와 관련된 다양한 사건과 전설이 깃든 명소들이 있다.
조선은 한양을 건설할 때 인왕산을 우백호로 삼고 도성을 수호하는 진산으로 삼았다. 경복궁에서 바라봤을 때 바위산의 형태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어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특징이 잘 드러난다. 한양도성길 따라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등산 초보도 산을 오르기 좋다.
인왕산은 일출 산행으로도 인기를 끈다.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서야 하는 일출 산행은 어려워 보이지만, 인왕산은 범바위까지만 가더라도 멋진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어 등산 초보도 쉽게 일출 산행을 도전할 수 있다. 독립문역에서 출발하면 범바위까지는 약 20분만 걸으면 도착한다.
일출 시간이 되면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롯데타워 뒤쪽의 산 너머에서 해가 떠오른다. 눈앞에 보이는 N서울타워도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그 아래로 광화문과 을지로 일대의 고층 빌딩 또한 빛을 머금기 시작한다.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호랑이처럼 보인다 하여 예전부터 호랑이와 관련된 전설이 많았다. 전설에 따르면 주민들이 인왕산에 사는 호랑이 때문에 해가 저물면 사람이 문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어떤 고을의 군수가 자진해서 호랑이를 잡겠다고 나섰다. 군수는 부적을 통해 늙은 스님의 형상을 하고 있던 호랑이를 불러 데려와 압록강 건너로 떠나라고 말했다. 군수가 스님에게 본 모습을 보이라 하자 집채만 한 호랑이로 변하여 서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황학정을 지나 인왕산으로 올라오는 길에 금색으로 된 호랑이 동상을 세웠으니 하산 시에 호랑이 동상을 찾아가 보자.

  • 인왕산 범바위에서 바라본 서울 시가지의 일출
  • 인왕산 아래 황학정에서 올라오는 길에 세워진 호랑이 동상
동해안 3대 해돋이 여행지 경북 포항 호미곶

경북 포항 호미곶은 이웃한 울산 간절곶, 강릉 정동진과 더불어 동해안 3대 해돋이 여행지로 손꼽힌다. 호미곶(虎尾串) 글자 그대로 호랑이(虎) 형상의 한반도에서 꼬리(尾)에 해당한다.
주변에 상생의 손, 새천년 기념관 등 볼거리가 많고 호미곶 둘레길 등 즐길거리도 많다. 특히 TV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무대였던 구룡포 일본인 거리는 지금도 찾는 이들이 많다.
포항은 제철 먹거리도 풍성하다. 구룡포항 일대는 울진 등과 더불어 대게잡이의 전진기지이자 과메기의 고향이다. 둘 다 겨울바람에 맛이 드는 해산물인 만큼 지금 한창 제철이다.

포항 호미곶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일출 명소다.
영험한 기도처 대구 팔공산 갓바위와 앞산 전망대

대구 팔공산 갓바위는 국내의 이름난 기도처 중 가장 영험하다고 소문난 곳이다. 정식 명칭은 ‘관봉석조여래좌상(冠峰石造如來坐像)’이다. 갓바위에는 일년 내내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 자식의 출세, 가족의 건강, 사업 번창 등을 이뤄달라는 것이다.
갓바위를 오르는 방법은 대구 쪽과 경산 쪽에서 출발하는 두 갈래 길이 있다. 사방이 뚫린 산 정상, 단단한 화강암을 깎아 만든 불상의 미소가 신비롭다.
대구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에 걸쳐 있는 앞산도 영남권에서는 해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며, 눈이 내리면 좀 더 여유 있게 잡는 것이 좋다. 일출 감상 후 출출한 속은 앞산 맛둘레길에서 해결한다. 앞산순환도로 주변에 선짓국 집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다양한 음식점이 있다.

  • 대구 앞산도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 팔공산 갓바위는 영험한 기도처로 알려져 있다.
순례자의 길 충남 당진 솔뫼성지

호젓하고 차분하게 새해를 열고 싶다면 충남 당진 솔뫼성지로 가보자. 당진 합덕읍 일대는 ‘한국의 베들레햄’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고향인 이 지역은 한국 천주교 전파와 관련된 유적지가 모여 있다. 주요 유적을 연결한 버그네 순례길(솔뫼성지~합덕제·합덕 수리 민속 박물관~합덕성당~신리성지, 총 13.3km)은 한국 천주교회의 초창기부터 이용됐던 순례자의 길이다. 이 길에 예산 한티고개로 이어지는 34.4㎞, 한티고개에서 해미성지로 이어지는 9.7㎞ 등을 더하면 ‘내포 순례길’이 된다.
솔뫼성지는 우강면 송산리에 자리한다. 솔뫼는 ‘소나무가 우거진 산’을 뜻하며, 한자로 송산(松山)이라 쓴다. 송산리의 자연부락인 솔뫼마을은 한국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1900년대 초에 고증을 통해 김 신부의 생가터를 확인했고, 2004년 생가 안채를 복원했다. 2014년에는 생가 일대가 사적(당진 솔뫼마을 김대건 신부 유적)으로 지정됐다.
생가 뒤쪽에 노송이 빼곡한 숲이 있다. 숲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이어져 순례자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생가와 소나무 숲 외 기념관, 경당 등 여러 공간이 있다. 2021년 문을 연 천주교 복합 예술 공간 ‘기억과 희망’도 함께 둘러보자. 합덕성당과 신리성지는 인스타그램 사진 촬영 명소로도 사랑받는다. 폐교를 개조한 아미미술관, 복고 분위기가 풍기는 삽교호놀이동산도 감성 사진을 찍기 적당한 곳이다.

  • 김대건 신부 생가 뒤편에 자리잡은 소나무숲
  • 사진 촬영 명소로 이름난 합덕성당
달맞이가 아름다운 충남 서산 간월암

서해안 낙조 명소지만, 해 뜨는 풍경도 그에 못지않다.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천수만 북쪽 끝,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자리한 간월암이다. ‘달을 보다(看月)’라는 이름처럼 달빛이 내린 밤 풍경도 서정적이다. 일출과 일몰, 달맞이 여행이 모두 가능하다.
간월도는 원래 섬이었다. 1980년대 천수만 간척 사업으로 육지가 됐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쪽은 안면도, 동쪽은 홍성과 보령을 바라본다. 남쪽 끄트머리는 밀물 때 섬이 되는 지형이다. 그곳에 간월암이 있다. 과거엔 배를 타야 했지만, 지금은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간다. 주차장에서 2~3분이면 닿는 거리다. 물이 들어오면 오갈 수 없으니, 방문 전에 간월암 홈페이지에서 물때를 확인한다.
간월암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에 있는 부석사는 산신각에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시원하다. 경내를 둘러보고 입구의 전통찻집에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신다. 서산동부전통시장에서 우럭포와 박대, 김, 감태를 사고 호떡도 맛보자.

간월암은 낙조와 일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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