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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에 흔들흔들
갈대, 억새, 핑크뮬리, 팜파스
명소를 찾아서
낭만의 대명사로 불리는 억새와 갈대에서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핑크뮬리와 팜파스에 이르기까지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를 누리는 가을꽃 명소를 한자리에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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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유선 여행작가
사진 한국관광공사, 충주시청, GNC21, 순천만관리센터 제공
은빛 억새 물결이 일렁이는 가을이다. 단풍이 절정을 지나면 억새 산행 시즌이 시작된다. 비슷한 시기 물가에는 억새의 사촌쯤 되는 갈대가 꽃을 피운다.
최근에는 핑크뮬리, 팜파스 등 외래종 식물을 대규모로 심어놓은 공원이 전국적으로 많아져 갈대와 억새의 역할을 대체하기도 한다.
억새밭에서 ‘인생샷’을 건지려면 타이밍이 중요하다. 햇살이 들어오는 각도가 낮은 아침 무렵, 황금빛으로 대지가 물드는 저물녘이 최적의 시간대다.
억새의 절정기는 11월~12월 초순 까지다. 9월 말께 자주색 꽃을 피워낸 억새는 갈색에서 은색으로 변한다.
억새와 갈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은데, 알고 보면 부엉이와 올빼미를 구별하는 방법만큼 간단하다. ‘오름에는 억새’, ‘강가에는 갈대’로 외우면 쉽다. 산에 있으면 억새, 강이나 호수가에 있으면 갈대다. 갈대는 키가 3미터 가까이 자라지만 억새는 대략 2미터 아래로 자란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핑크뮬리와 팜파스는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인기있는 억새, 갈대의 대체제다.
핑크뮬리는 본래 미국의 서부나 중부의 따뜻한 지역의 평야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전세계적으로 흔히 조경용으로 식재된다. 포천 허브아일랜드가 수도권에서 핑크뮬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팜파스는 남미 초원 지대와 뉴질랜드 등지에서 자라는 볏과 식물이다. 팜파스그라스라는 이름도 남미 초원 지대를 뜻하는 ‘팜파스(Pampas)’와 풀을 뜻하는 ‘그라스(Grass)’가 합쳐진 것이다. 팜파스는 억새보다 꽃이 풍성하며 훨씬 키가 크다. 최대 3m 이상으로 자라는 것도 있다. 충남 태안 청산 수목원이 팜파스 명소로 유명하다.
정선 민둥산 억새 구릉지
강원도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1,118.8m)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억새 여행지다. 등산로 초입에서 정상까지 1시간 30분~2시간 거리다. 하이라이트는 7부 능선을 지나 멀리 정상을 바라보는 지점부터다. 나무 한 그루 보기 힘든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억새의 바다가 펼쳐진다. 민둥산 억새는 초가을에 이삭이 패기 시작해, 10월 중순이면 드넓은 구릉지를 하얗게 뒤덮는다.
끝자리 2일과 7일에 서는 정선 오일장이나 매주 토요일 열리는 주말장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면 좋다. 장터에서 메밀부침개, 수수부꾸미, 감자옹심이 같은 산촌 별미를 맛보고 화암동굴, 아우라지, 병방치스카이워크를 연계해 여행한다.
충주 비내섬 은빛 물결의 억새밭
가을이 되면 충주는 더욱 빛난다. 비내섬에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맑고 깨끗한 남한강을 찾아 철새도 날아든다. 자전거 여행자들의 ‘성지’로 통하는 비내섬 주변에는 남한강 변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비내길이 있다. 소박한 비내마을과 호젓한 논밭, 그림 같은 강변을 따라 걸은 뒤 앙성온천에서 몸을 녹여보자. 충주 특산물 사과도 잊지 말자. 충주역 부근에 가면 도로 옆에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린 가로수가 늘어섰다.
충주 남한강 비내섬은 억새 바다로 불린다.‘미스터 션샤인’의 무대 합천 황매산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은 가을이면 억새의 바다가 된다. 옛 목장지대였던 탁 트인 고원지형은 많은 드라마,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주요 장면도 이곳 황매산에서 찍었다.
황매산은 정상 부근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분 남짓 올라가면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내다보이는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자로 매(梅) 자가 들어간 지명은 풍수지리에서 매화락지형(梅花洛地形:매화잎이 떨어지는 형세)이라 부르는 명당이다.
억새의 최고 군락지 제주 산굼부리
늦가을 제주는 어디를 가도 억새의 은빛 물결을 볼 수 있지만 최고의 군락지로는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를 손에 꼽는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 많지만 ‘억새의 바다’에 빠졌다는 느낌을 가장 강하게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근처 삼다수 공장 부근도 억새군락이 유명하다. 조천읍 대흘리에 있는 에코랜드는 억새숲을 따라 달리는 기차를 타며 이색적인 억새 구경을 할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싶지 않다면 오름에 올라보자. 공항에서 중문쪽으로 가는 길 오른편에 보이는 애월읍 봉선리 새별오름(519.3m)은 아름다운 낙조와 함께 억새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게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애월읍 이시돌 목장도 억새로 이름이 높다.
- 억새로 유명한 산굼부리는 분화구에 형성된 독특한 지형이 볼거리다.
- 새별오름은 제주에서 소문난 억새와 낙조 명소다.
전남 순천만 국가정원의 갈대밭
순천만 습지는 갯벌에 펼쳐지는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S자형 수로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순천만은 원형에 가까운 거대한 만으로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있다. 그 크기는 남북 직경 약 30km, 동서 22km에 이르며 흑두루미를 비롯한 200여 종의 철새가 이곳을 찾는다.
순천만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늦가을이다. 해질 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갈대 물결과 붉은 칠면초 군락은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매년 10월 하순이면 ‘순천만갈대제’가 열린다.
갈대숲 사이로 난 탐방로는 두 사람이 나란히 걸어도 넉넉한 데크로드를 설치해 걷기 편한 길이다. 순천만 사진에 항상 등장하는 ‘S자 물길’을 보려면 데크로드 끝 지점에서 약 1km 언덕 위에 있는 용산전망대에 올라가야 한다. 길이 살짝 가파른 편이다.
무진교 아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체험선을 이용하면 6km에 이르는 S자 물길을 따라 순천만습지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 순천만 탐방로는 나무 데크가 깔려있어 노약자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길이다.
- 순천만은 일몰과 가까운 시간에 가야 진면목을 드러낸다.
핑크뮬리 명소 포천 허브아일랜드
포천 허브아일랜드는 허브의 원산지인 지중해의 생활을 테마로 이색적이며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으며 세계 최초의 허브식물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핑크뮬리를 보려면 트렉터마차와 미니열차를 이용해 스카이 허브팜까지 올라가야 한다. 탁 트인 풍광이 아름다운 스카이 허브팜에서는 핑크빛 핑크뮬리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맛볼 수 있다.
허브아일랜드는 자체 숙박 시설과 스파를 갖추고 있어 한 곳에 머물며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 최근 세종~포천간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개통하며 접근성이 향상됐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1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팜파스를 만나는 곳 충남 태안 청산수목원
태안에 위치한 청산수목원은 ‘서양억새’로 불리는 팜파스그라스가 유명하다. 청산수목원은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다양한 테마공원이 들어서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팜파스그라스 외에도 잔디광장에 연출된 밀레정원과 형형색색의 수생식물원도 관람객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