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iner
주택공급 발목잡는
‘교육청 협의’ 개선이 시급하다
교육청의 협의 거부로 주택공급시기가 지연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학교시설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 마련과 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
-
글 김형범
정책관리본부 주택정책부장
교육청, 법 규정 넘는 학교설립비용 부담 요구
불응시 협의 거부해 분양승인 전면 중단되기도
학교용지부담금 납부해도 추가설치 요구 봇물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교육청 협의가 불발되어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교육청이 학생수용계획 수립을 거부하거나 신설학교 개교 미확정으로 주택공급시기가 지연되는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택사업은 입주 이후 학생수요가 유발되어 교육청 협의가 없이는 주택공급이 불가능하다. 지자체, 타중앙부처가 모두 동의해도 교육청이 나홀로 협의를 거부하면 개발사업이 진행될 수 없을 만큼 절대적이다. 그러다보니 교육청과 지자체가 분담해야 할 학교용지 확보와 학교시설 경비를 사업일정 지연에 마음이 조급해진 사업주체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기부채납을 자처해서 부담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고 있다.
몇 가지 고질적 대표사례가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개선되지 않고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교육청 중앙투자심사에서 신설학교 설립기준인 4,000세대에 미달하거나 4,000세대가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루어지는 경우 학교수용계획 수립이 거부되면서 공공택지에서 주택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주체의 사업지연이 심각한 실정이다. 그 과정에서 교육청이 학교설립 비용을 분양업체들에게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불응시 협의를 거부하면서 주택분양승인이 전면 중단되고 있다.
또한, 학교용지부담금을 초과하거나 학교용지부담금을 납부하고도 추가로 학교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학교용지법에서는 학교용지 또는 학교시설을 기부채납하는 경우 학교용지부담금을 면제하도록 하고 임대주택은 아예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법 규정마저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학교용지부담금을 부과하고도 별도로 학교 교실 리모델링을 요구하는가 하면 학교용지부담금 부과대상이 아닌 임대주택사업에 대해서 교실 증축 의무가 있다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무상 의무교육의 재정부담을 근거도 없이 사업주체와 입주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학교시설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준 마련 시급
주택법 통합심의 대상에 ‘교육청 협의’ 포함해야
승인권자와 교육청의 원활한 소통도 필수
교육당국도 이유는 있다. 민간의 주택공급 시기를 미리 예측해서 기존학교 시설 추가설치와 신설학교 설립에 필요한 예산을 적시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면 학교용지를 확보하는데 드는 경비는 시·도 일반회계와 학교용지부담금특별회계에서 2분의 1을, 시·도 교육비특별회계에서 2분의 1을 각각 부담한다. 시·도 또는 교육청에서 어느 한쪽이라도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학생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협의를 해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교용지부담금, 개발부담금, 지방세, 조례로 정하는 재원 등의 한정된 세입과목과 합법성에 입각한 엄격하고 경직된 예산집행 절차로는 충분한 예산확보와 집행에 한계가 있다. 안정적인 세입 확보 및 탄력적 예산집행 방안이 마련되어야 교육청에서도 학생수용계획을 적정하게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시설을 적시에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 일환으로 개발사업의 상시 학교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재정회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목적성 범위에서 자율성과 탄력성 있게 예산집행이 가능한 기금 설치가 필요하다. 학교용지 확보와 학교시설 설치비용은 교육재정 일반회계와 학교용지부담금특별회계에서 편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족한 재원은 기금에서 우선사용하고 일반·특별회계에서 기금으로 다시 상환하면 기금 보유액을 항시 적정하게 유지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신설학교 설립기준은 현행 4,000세대를 유지하되 순차적으로 입주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학급 순차설치 또는 미니학교 개설을 적극 검토하여 공동주택 준공시점에는 개교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주택법 통합심의 대상에 교육청 협의를 포함하고 승인권자와 교육청이 적정 규모 주택사업과 합리적인 기부채납을 논의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승인권자와 교육청이 건축설계 및 기부채납 수준의 적정성을 상호 협의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인허가 지연과 과도한 기부채납이 개선되고 주택공급이 원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