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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구석구석 민족혼을 따라가다
호국보훈 여행지

우리나라는 국토 구석구석이 호국보훈과 관련된 여행지다.
역사 속 아픈 이야기들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여행지를 소개한다.
  •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우리나라 최북단의 섬 백령도는 대표적인 호국보훈 여행지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호국(護國)이란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는 의미이고, 보훈(報勳)은 공훈에 보답한다는 의미다. 호국보훈의 달을 쉽게 말하자면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달’이라는 뜻이다.
6월이 호국보훈의 달인 이유는 현충일, 6.25 한국전쟁, 6.29 제2연평해전 등이 모두 일어났고, 이런 사건에서 목숨을 잃거나 희생된 많은 분들을 기념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달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정학적 위치 탓에 외세의 침범이 빈번했던 우리나라는 국토 구석구석이 모두 호국보훈과 관련 있는 여행지다. 산을 넘기 수월한 고개나 강폭이 좁아지는 나룻터마다 ‘OO전투 전적비’가 있고, 동네마다 OO산성이 흔하다. 특별한 곳을 찾아가기 어렵다면 동네 주변부터 가보자. 인근 지역의 산이나 고개, 강 이름을 넣고 ‘OO전투’를 검색하면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이 튀어나온다.
오래된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 현실감을 원한다면 비무장지대(DMZ) 인근지역 방문을 추천한다. 6.25 전쟁 이후 펼쳐졌던 아픈 이야기들이 지금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방지역을 방문하려면 방역 단계에 따른 출입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다. 출입조치를 위해 방문객 전원이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평화의 길은 전방 철책지역을 통과하는 코스다.
강원 통일전망대와 금강산 전망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은 평화와 희망의 길이다. 과거에는 금강산 관광을 위해 사람들이 오갔고, 얼마 전에는 이산가족이 상봉장소인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지났다.
통일전망대는 1984년 휴전선의 동쪽 끝이자 민간인출입통제선 북쪽 10km 지점에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금강산과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도 선명하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성모마리아상과 통일미륵불이 통일전망대 옆에 있다. 통일전망대를 오가는 길에 DMZ박물관, 화진포, 건봉사도 함께 둘러보자.
평화의 길 고성 구간은 금강산을 지척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행지다. 지난 2019년 개통됐지만 험악해진 남북정세와 코로나19 확산, 돼지열병 등 여러 이유로 잠시 운영이 중단됐다. 최근에는 통일부를 비롯해 강원도와 고성군 등 지자체가 코스 운영 재개를 적극 검토 중이다.
평화의 길 고성 구간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뉜다. 2.7㎞ 도보코스가 포함된 7.9㎞ 길이 A코스는 1회 20명씩 하루 두 차례, 차량으로 금강산 전망대까지 왕복 이동하는 7.2㎞의 B코스는 1회 80명씩 하루 두 차례 운영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A코스는 도보 이동 구간이 2시간 남짓 소요된다. 통일전망대 아래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왼쪽 동해북부선 철길과 오른쪽 철책 사이로 만들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생전 처음 보는 비경에 중간마다 해설사의 설명까지 곁들여져 지루할 틈이 없다.
송현교를 건너면 모래밭을 따라 걷는 코스가 나온다. 철조망 너머는 미개척 지뢰지대로 공사 중인 포크레인이 지뢰 폭발로 뒤집힌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포크레인이 있는 지점을 지나면 포토 스폿이 마련된 대전차 장벽에 도착한다. 통일전망대에서는 아련히 보이던 해금강 풍경을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구선봉을 배경으로 그림처럼 둥실 떠 있는 거북이 모양의 섬 이름은 ‘송도’다. 과거 북한 침투조의 흔적이 발견됐던 곳이다.
대전차 장벽을 지나 조금 더 걸으면 금강 통문에 도착한다. ‘휴전선 155마일, 전선의 최북단’이라는 기념비 옆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세웠다는 솟대가 보인다. 여기서 다시 차량에 탑승해 언덕을 오르면 금강산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금강산 연봉의 장엄한 풍광이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다. 해발 1,580m, 금강산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채하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없이 상쾌하다.

평화의 길은 지뢰지대를 개척해 만들었다. 금강산 전망대에 오르면 북쪽으로 이어지는 금강산의 고산준령이 손에 잡힐듯 들어온다. 통일전망대 통일미륵불은 평화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서해 백령도와 강화도

서해 백령도에서 북한 장사정포가 배치된 장산곶까지의 거리는 17㎞에 불과하다. 안개가 끼지 않으면 언제나 북한땅이 보인다. 서해5도 지역은 연평도 해전과 포격사건, 천안함 사건 등 최근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던 곳이라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백령도는 남한의 서쪽 끝이자 북쪽 끝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190여 km, 북한의 황해도 장연군과는 10km 거리다. 백령도와 인천을 오가는 뱃길이 200km 남짓이니 서울보다 북한이나 중국과 가까운 셈이다. 이런 지리적 상황은 백령도를 군사적으로나 문화·경제적으로 주목받게 만들었다.
조선후기 서구 열강은 백령도를 징검다리 삼아 우리 땅에 기독교와 천주교를 전하려 했다. 한국전쟁 때는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화와 전쟁, 사랑과 아픔이 공존하는 백령도는 국가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즈음 찾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백령도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강화도에 가보자. 강화도는 고려시대 이후부터 구한말까지 우리 민족의 강인한 기상이 서려 있는 유적이 즐비한 곳이다. 강화도 최북단에 자리한 강화평화전망대에 오르면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 물길이 서해와 만나는 강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북한땅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인다. 맑은 날에는 송악산과 개풍군 들판이 망원경 없이도 선명히 보일 정도다.
교동도는 한국전쟁 때 피란한 황해도 주민이 분단에 막혀 돌아가지 못한 채 터를 잡고 살아온 곳이다.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을과 황해도 연백시장을 재현한 대룡시장은 곳곳에 실향민의 아픔이 절절히 묻어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부근리 지석묘를 비롯해 강화성당, 용흥궁 등 역사적인 명소가 인근에 있다.

강화도는 우리 민족의 기상이 서린 유적이 즐비한 곳이다. 백령도는 천혜의 비경과 함께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여행지다.
중부전선의 심장, 연천과 철원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철원 지역은 수도권에서 차량과 철도를 통해 접근성이 뛰어난 안보 여행지다.
연천의 ‘승전OP(Observation Post, 초소)’와 ‘1.21 무장공비 침투로’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아픈 현실을 말해주는 곳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둔 국군과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는 750m에 불과하다. 양군의 관측소와 초소, 남북을 가르는 철책이 팽팽한 대치 현장을 보여주고 있지만 철책을 빼고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과 다르지 않은 곳이다. 평화로운 산과 들이 펼쳐지고, 노루가 뛰어다니며 새들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민통선 안에서는 농번기를 맞아 분주하게 모를 가꾸고 밭을 일구는 농부들이 보여, 언젠가는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인근에는 신라 왕릉인 경순왕릉과 고구려의 호로고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시대 유적인 연천 전곡리유적 등 역사체험에 유용한 여행지도 있다.
비무장지대의 랜드마크인 철원 노동당사는 2002년 5월에 등록문화재 22호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통일기원예술제나 음악회 등 다양한 평화기원행사가 이곳에서 열리며 평화여행지로 거듭나고 있다. 소이산생태숲녹색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철원평야, 임꺽정의 전설이 남아 있는 고석정, 제2땅굴과 철원평화전망대, 월정리역을 두루 살피는 DMZ 견학도 철원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철원과 연천 지역에서 맛집을 찾는다면 군용 차량이 늘어선 곳을 찾는 것이 정답이다. 민간인보다 군인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민물매운탕, 부대찌개 등을 잘하는 음식점이 곳곳에 숨어 있다.

연천의 최전방에 자리한 태풍전망대는 북한땅이 가장 가깝게 보이는 곳 중 하나다. 비무장지대에 남아 있는 철원 노동당사는 안보관광지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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