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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질 때 더 아름답다
벚꽃의 절정은
‘엔딩’
벚꽃 구경의 즐거움은 개화일에서 1주일 뒤 벚꽃이 만개하면서부터 시작된다.봄바람에 휘날리는 벚꽃비 속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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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봄꽃의 여왕’ 벚꽃은 우리나라 꽃이다. 국내 전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왕벚나무는 일본을 상징하는 꽃이 아니다. 지난 1906년 프랑스 타케 신부에 의해 한라산 북쪽 관음사 부근 숲속에서 처음 채집되었고, 베를린대학의 쾨네 교수에 의해 한라산이 자생지인 것으로 알려진 자랑스러운 우리의 꽃이다.
우리나라의 벚꽃 가로수길 조성 시기는 1920년 전후부터다. 가장 오래된 벚꽃 가로수길은 경상남도 창원시 장복산길과 여좌천로 왕벚나무길이다. 이 길은 벚나무 1,000여 그루가 봄마다 만개한다. 전국에서 가장 긴 벚꽃길은 1960년대 조성된 대전광역시 동구 회인선 가로수 길이다. 대청호의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 길로 길이가 무려 26.6㎞에 달한다. 지난 2000년 조성된 인천광역시 옹진군 장봉로 가로수길은 해안을 따라 벚꽃길이 펼쳐져 색다른 풍광을 보여준다.
벚꽃 물결은 3월 하순 제주에서 시작된다. 올해는 지구 온난화로 예년보다 벚꽃소식이 다소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제공 남해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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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TIP
‘개화’는 잔가지 하나에 꽃이 3개 이상 피어 있는 상태를 뜻한다. 대개 개화하고 일주일 뒤 활짝 피는데 이때를 ‘만개’했다고 한다. 만개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때부터가 시작이다. 벚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꽃이 질 때다. 봄바람에 꽃잎이 비처럼 쏟아지는 풍경을 찾아 떠나보자. 단,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준수는 이제 여행을 떠날 때면 무조건 지켜야 하는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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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석촌호수
석촌호수는 한국의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아래 있는 인공호수다. 롯데월드 타워와 매직아일랜드가 화려한 벚꽃과 어우러진 봄날 풍경은 동화처럼 아름답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도 올라가 보자. 123층, 555m 높이 롯데월드타워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벚꽃은 거대한 핑크빛 띠의 형상이다. 송파나루터가 있던 자리에 한강매립사업을 통해 형성된 석촌호수는 둘레 2.5km의 호수공원이다.
호수는 송파대로를 기준으로 동호와 서호로 나뉜다.석촌호수 서호에 인공섬으로 조성된 매직아일랜드는 모노레일과 구름다리로 롯데월드 어드벤처와 연결된다. 서호에는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 아일랜드가 마련돼 있다.
벚꽃 시즌 석촌호수에서는 신나는 축제도 열린다. 벚꽃프린지, 벚꽃음악회, 벚꽃버 스킹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사진제공 롯데물산 롯데월드
여행정보
롯데월드 어드밴처 내부에는 한국의 전통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민속박물관이 있어 다양한 전시 관람과 색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시간이 조금 더 있다면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올림픽공원에 가보자. 부드러운 곡선의 구릉지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창원 군항제
창원 군항제는 지난 1963년부터 시작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벚꽃 축 제다. 창원시는 옛 창원과 마산, 진해가 통합된 광역시인데, 축제는 해군의 도시로 유명한 진해에서 시작했다.
축제가 열리는 봄이면 무려 36만 그루 왕벚나무가 팝콘처럼 새하얀 꽃망울을 화려 하게 터뜨린다. 축제 마지막 무렵에는 꽃비가 흩날리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해군 사관학교, 해군진해기지사령부도 군항제 기간에는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축제 기간 중 금요일 저녁과 주말에는 화려한 군악의장페스티벌이 열린다.
진해 군항제에서 알려진 벚꽃명소는 내수면 생태공원, 여좌천, 경화역, 진해탑, 진해 루 등이 있다. 제황산 모노레일을 타고 진해탑 옥상에서 시가지를 내려다봐도 좋다. 800m 벚꽃터널이 장관을 이루는 경화역은 현재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이지만 군항제 기간에는 벚꽃 테마역으로 벚꽃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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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군항제의 명물 로망스 다리.
사진제공 창원시청 -
창원(옛 진해) 군항제는 아시아 최대의 벚꽃 축제 중 하나다. 올해 축제는 열리지 않지만 벚꽃은 어김없이 만개한다.
사진제공 창원시청
여행정보
창원은 짜릿한 레포츠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다. 해양솔라파크에는 주변 바다를 80km 속도로 날아가는 짚트랙이 유명하다. 마산합포구에 있는 콰이강의 다리는 교량 상판의 콘크리트 바닥을 걷어내고 특수 제작된 강화유리를 깔아 놓은 스카이워크 교량이다. 낮에는 13.5m 아래의 바다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고, 밤에는 LED 조명이 켜져 신비로운 은하수 길이 연출된다.
경주 대릉원
경주 대릉원은 12만 6,500㎡의 넓은 땅에 23기의 신라시대 고분이 모여 있는 곳이다. 주목해서 보아야 할 고분으로 제13대 미추왕릉과 거대한 표형분(쌍분)이 눈길을 사로잡는 황남대총, 고분 내부를 볼 수 있는 천마총이 있다.
봄날 벚꽃놀이 명소로도 유명한 미추왕릉에는 댓잎군사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초기, 이서국에서 신라를 침입했을 때 머리에 댓잎(대나무잎)을 꽂은 군사들이 몰려 와 그들을 물리쳤는데 군사들에게 꽂혀 있던 댓잎이 미추왕의 무덤 앞에 소복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은 그 후 미추왕릉을 별칭으로 ‘죽장릉’이라 불렀다.
황남대총은 두 개의 고분이 쌍봉낙타의 등처럼 남북으로 이어져 있는데, 경주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대릉원을 대표하는 또 다른 고분, 천마총이 황남대총과 멀지 않 은 곳에 있다. 대릉원 후문 인근 황남빵 특산품매장 건너편에서 시작해 돌담을 따라 550여m를 거닐다 보면 대릉원 정문에 닿는다. 이 길은 벚꽃이 피는 봄날 특히 아름 답다. 길 처음부터 끝까지 벚나무 가로수가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만든다.
사진제공 경주시청
여행정보
벚꽃과 함께 꼭 봐야 하는 것이 황남대총 뒤에 있는 목련으로, 대표적인 포토존이다. 경주의 랜드마크인 첨성대는 주변에 유채 등 다양한 식물이 있어 꽃구경을 하기 좋다. 남산은 야외 박물관 같은 산이다. 탐방 코스를 따라 올라가면 온갖 형태의 불상과 유적들을 만날 수 있다.
경남 남해
경남 남해 꽃 여행은 벚꽃과 유채가 주인공이다. 명승 제15호로 지정된 남해 가천 마을 다랑논은 아시아 문화정보매체인 CNN GO가 선정한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 중 세 번째 장소로 그 이름을 당당히 올렸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486개의 작은 배미로 이루어진 다랑논은 석축을 깎아 만든 비탈진 토지에 자리한 경작지다. 주변에는 벚꽃과 어우러진 유채꽃길이 있다. 벚꽃은 3월말 만개하고, 가천 마을 다랑논 유채는 매년 봄 3월 초에서 4월 중순까지가 절정이다.
남해대교를 건너면 나오는 섬 입구 쪽도 벚꽃길이 무척 화려하다. 충렬사부터 바다 쪽으로 4km 해안길은 1,000여 그루의 벚꽃이 거대한 터널을 이룬다. 이 왕지벚꽃 길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명소다.
남해는 원래 섬이었는데, 1973년 현수교가 개통되며 육지로 바뀌었다. 길이 660m, 높이 80m의 빨간 현수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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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을 따라 조성된 남해군 설천면 왕지벚꽃길은 국내 대표 벚꽃 명소 중 하나다.
사진제공 남해군청 -
남해 가천마을에는 비탈진 토지에 자리한 다랑논 주변으로 벚꽃길이 있다.
사진제공 남해군청
여행정보
남해는 멸치를 잡고 마늘을 키우던 한적한 시골 동네였지만 최근 젊은 창작자들이 유입되며 힙한 분위기로 거듭나는 중이다. ‘돌창고 프로젝트’ 등 다양한 대안공간, 카페, 갤러리 등이 즐비하다. 어렵던 시절 독일에 파견 갔던 광부와 간호사의 애환이 담긴 독일마을에 가면 다양한 수제맥주와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금산 보리암도 남해에서 유명한 관광지다. 일출 무렵 찾아가면 감동적인 풍광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