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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엔 꽃길만 걸어요
봄이 오면 꽃 이 피고
겨울이 아무리 혹독해도 봄이 오는 것이 세상 순리다. 꽃나들이는 큰 돈이 들지 않는 호사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잦아드는 느낌이 들면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온화한 남쪽 땅 어딘가로 떠나보자.-
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섬진강 자락 ‘매화 여행 일번지’
지리산에서 발원해 한반도의 남쪽으로 흐르는 섬진강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는 경계 역할을 한다. 이 강의 끝자락에 있는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은 지리산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고 남쪽 바다와 인접해 있어 봄이 일찍 찾아온다.
광양에서 가장 유명한 꽃 여행지는 화려한 매화가 온 산을 뒤덮는 청매실 농원이다. 농원의 2대째 주인 홍쌍리 명인이 맨손으로 일궈 놓은 14만 8,500㎡(4만 5,000평) 면적의 거대한 비탈밭은 섬진강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어 전망이 무척 아름답다.
청매실 농원에는 건물 전면 거대한 장독대를 비롯해 영화 ‘천년학’ 을 촬영한 정자 등 한국 특유의 시각적 요소가 가득하다. 건물 뒤편에는 울창한 대숲이 있어 분위기 있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매화 시즌이 되면 평일과 주말 가리지 않고 차량이 늘어선다.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근처에서 1박을 하고 해가 뜨자마자 청매실 농원을 방문하는 것이 상책이다.
다압면 청매실 농원에서 강을 건너면 경상남도 하동이다. 섬진강의 풍광이 몽환적인 그림같이 펼쳐지는 평사리와 최참판댁 등 둘러볼 만한 곳이 많다. 하동 어디를 가도 매화, 배꽃, 벚꽃 등 화려한 봄꽃들이 지천이다.
하동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는 옛 상인(보부상)들이 모여드는 큰 장터가 있던 곳이다. 장터가 있는 곳은 꽃이 핀다는 뜻을 갖고 있는 화개(花開)마을이다.
하동은 십리에 걸쳐 있는 ‘쌍계사 십리벚꽃길’이 유명하다. 마치 꿈길과도 같은 이 길은 서로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두손을 꼭 잡고 걸으면 백년해로 한다고 하여 일명 ‘혼례길’이라고도 한다. 화개장터에서 화개천을 따라 올라가는 6km 남짓한 벚꽃 길의 끝에는 신라시대 창건한 천년고찰 쌍계사가 있다. 쌍계사에는 진감선사 대공탑비(국보47호)와 보물 9점 등 볼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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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매화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봄꽃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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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가장 유명한 꽃 여행지는 화려한 매화가 온 산을 뒤덮는 청매실 농원이다.
사진제공 광양시청.
샛노란 산수유의 고향, 전남 구례
하동에서 지리산 쪽으로 더 올라가면 구례다. ‘남자한테 참 좋다는’ 그 산수유의 주산지다.
산수유꽃은 3월에 잎보다 먼저 노란색으로 피고 열매는 10~11월에 붉게 익어 수확도 10월 중순에서 11월 말까지 이어진다. 수확한 빨간 열매는 차나 술을 담그거나 한약재로 사용한다. 샛노란 산수유꽃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구례에서 꽃이 가장 이르게 피는 곳은 반곡마을이다. 이 마을은 일명 ‘꽃담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반곡마을에 샛노란 산수유꽃이 만개한 풍경은 서시천 물길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몽환적이다. 이 마을의 산수유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멀리 지리산 연봉이 흰 눈에 덮여 있는 모습과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돌담을 두른 풍경이 아름다운 상위마을도 산수유로는 빠지지 않는다. 이 마을은 지대가 높아 꽃이 조금 늦게 핀다.
산수유 구경은 반곡마을과 상위마을이 가장 유명하지만 조금 한적한 곳을 찾는다면 달전마을, 계척마을, 현천마을도 좋다. 자그마한 저수지를 끼고 있는 현천마을은 돌담을 따라 황토를 이겨 바른 토담집의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마을 곳곳에 대숲이 많은데, 초록과 노랑의 선명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구례는 벚꽃도 유명하다. 섬진강변에는 1992년부터 식재한 3km가량의 벚나무 가로수 길이 국도 17호선과 19호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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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산수유의 꽃말은 ‘영원불멸의 사랑’이다.
사진제공 구례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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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마을은 돌담을 따라 황토를 이겨 바른 토담집과 산수유가 어우러진 모습이 정겨운 곳이다.
사진제공 구례군청.
역사가 흐르는 동백 숲, 전남 강진
전라남도 강진의 봄은 동백꽃으로 시작해 동백꽃으로 끝난다. 강진에서 동백꽃이 유명한 관광지는 두 곳, 백련사와 다산초당, 그리고 백운동 서원 부근이다. 동백 절정기는 2월 하순~3월 중순이다.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가는 길은 거대한 동백 산책로다. 1962년 12월 7일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된 이 숲에는 3만㎡(약 9000평)에 달하는 면적에 1,500그루가 넘는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동백나무가 터널을 만든 지역이 특히 아름답다. 다산 초당은 조선말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를 떠나 머물던 곳이다. 이 곳에서는 당대의 명필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볼 수 있다.
‘호남 3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백운동 별서정원도 동백이 곱다고 소문난 여행지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1627~1701) 선생이 둘째 손자 이언길을 데리고 들어와 바위에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를 새긴 뒤 이 곳을 가꾸기 시작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자연 그대로 모습을 간직한 작은 계곡을 따라 동백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모습은 세월의 무게가 더해진 멋이 있다.
백운동 주변으로는 강진다원이 있어 월출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차밭 구경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
동백꽃 구경을 ‘메인 코스’로 삼았다면 ‘사이드 메뉴’로 고려청자박물관, 민화박물관, 하멜 유적지 등도 둘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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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강진의 봄은 동백꽃으로 시작해 동백꽃으로 끝난다.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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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절정기는 2월 하순~3월 중순이다.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능선마다 진달래 한가득, 강화 고려산
봄마다 진달래꽃이 만발하는 고려산의 원래 이름은 오련산이었다. 고구려 장수왕 4년에 인도의 천축조사가 가람터를 찾기 위해 찾은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그는 정상에 피어있는 5가지 색상의 연꽃을 발견하고 불심으로 이를 날려 꽃이 떨어진 장소마다 절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다 고려가 강화도로 천도하며 산 이름이 고려산으로 바뀌게 됐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고려산은 진달래가 피는 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개화시기에 맞춰 진달래 축제도 열린다. 진달래는 한국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개나리와 함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로 사랑받아 왔다. 봄에 한국의 산 어디에서나 꽃을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퍼져 있지만 고려산 만큼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군락지는 보기 드물다.
진달래꽃은 따서 먹을 수 있으므로 날것으로 먹거나 화채 또는 술을 만들어 먹기도 하며 화전을 부쳐 먹기도 한다. 술을 빚어 먹을 경우 담근 지 100일이 지나야 맛이 난다고 하여 백일주라고도 하며, 한꺼번에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어야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달래와 철쭉을 구분하는 방법은 쉽다. 진달래는 잎이 나오기 전인 4월부터 가지 끝에 2 ~ 5송이씩 모여 피며, 철쭉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잎이 나온 이후 꽃이 핀다.
고려산 가까운 곳에는 백련사, 적석사 등 사찰과 고인돌 군락지 등 문화재가 분포해 역사탐방을 겸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서쪽 적석사를 가다보면 솔밭을 지나고 갈대밭을 지나 낙조봉을 만날 수 있는데 저녁에 서해 수평선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해지는 광경은 ‘강화8경’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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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고려산은 국내 최대 규모의 진달래 군락지다.
사진제공 강화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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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는 한국의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 강화군청.
겹벚꽃의 화려한 아름다움, 전주 완산공원
전주 완산공원 꽃동산은 1970년대부터 40여 년 동안 인근에 살던 땅 주인이 주변에 있는 선친의 묘를 돌보며 가꾼 곳이다. 지난 2009년 소유권이 전주시로 이관됐다.
꽃동산에는 주로 겹벚꽃과 철쭉, 백일홍 등 붉은색 계통 꽃을 심어 놨다. 꽃동산은 탐스럽게 핀 겹벚꽃이 동산의 둘레를 두르고 그 안에 빨간 영산홍과 진보라 철쭉이 담뿍 담긴 모습이다. 동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봄꽃 가득한 작은 언덕을 한 바퀴 도는 데 20~30분이면 충분하다. 겹벚꽃이 늘어선 곳 어디에서나 셔터를 눌러도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꽃동산의 끝자락이자 반환점에는 전망대가 있어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완산공원에는 46년 전에 전쟁 대비용으로 조성된 동굴 벙커가 있다. 이 곳은 문화관광시설로 탈바꿈 중이다.
완산공원은 한옥마을과도 지척이다. 전동성당을 지나 싸전다리를 건너 완산초교와 곤지중학교를 지나면 완산공원 안내판이 나온다. 안내판 우측 길로 막다른 곳까지 올라가면 삼나무 숲이 있는 완산공원 주차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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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완산공원은 벚꽃과 철쭉, 백일홍 등이 어우러진 붉은색 꽃동산이다.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봄꽃 여행 TIP
• 전라남도 꽃 여행 수도권에서 전라남도를 찾는다면 KTX나 비행기 등 대중교통+렌터카의 조합이 가장 편하다. KTX를 타고 간다면 순천에서 내리는 편이 거리상 가깝지만 인접한 여수에 베이스캠프를 차리는 것이 숙소를 잡기 편하다.
• 강화도 꽃 여행 강화도 고려산 가까운 곳에는 백련사, 적석사 등 사찰과 고인돌 군락지 등 문화재가 분포해 역사탐방을 겸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서쪽 적석사를 가다 보면 솔밭을 지나고 갈대밭을 지나 낙조봉을 만날 수 있는데 저녁에 서해 수평선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해지는 광경은 ‘강화8경’ 중 하나다.
• 꽃 여행 준비 꽃 여행은 타이밍이 생명. 각 지자체 홈페이지나 SNS에 올라온 꽃 소식을 떠나기 전 체크하자. 이른 봄은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극심하다. 바람을 막아주는 예비용 겉옷을 반드시 챙겨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