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iner

2020 ‘핫’한 여행지 TOP
출렁다리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출렁다리’는 최근 국내 여행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출렁다리’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자. 무려 10만여개에 가까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
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코로나19 확산 이후 등산에 재미를 붙인 2030세대가 특히 출렁다리에 열광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만큼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정도다. 출렁다리는 아무 곳에나 놓지 않는다. 풍경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 잡는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산행에서 확실한 존재감이 있는 중간 기착지다. 잠시 찾아오는 고소공포증을 극복해 내고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산행에서 느낄 수 없는 비현실적 쾌감이 찾아온다. 마치 ‘인간 드론’이라도 된 기분이다. 주변을 찍거나 셀카를 찍거나 모두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온다.
출렁다리와 구름다리는 형제지간이다. 절벽과 절벽 사이 비교적 짧은 구간에 놓인 것이 구름다리, 긴 것을 출렁다리라 부른다. 구름다리는 출렁이지 않지만, 출렁다리는 건너는 사람이 많거나 바람이 세게 불면 말 그대로 심하게 출렁인다.
1978년 전남 영암 월출산 천황사 코스에 설치된 구름다리는 현재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들어선 다리들의 ‘큰형’뻘이다. 지금 다리는 2006년 새로 만든 것이다.
전북 완주 대둔산의 금강구름다리도 오래됐다. 1985년 개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05년 경남 창원 적석산, 2008년 경북 봉화 청량산에 각각 길이 60m와 90m의 출렁다리가 들어섰다.
길이 100m가 넘는 출렁다리는 2010년대 중반 등장했다. 2016년 9월 개통한 경기 파주시 감악산 출렁다리는 지금의 출렁다리 열풍을 불러온 롤모델 격이다. 도로로 인해 잘려져 나간 설마리 골짜기를 연결하여 감악산을 온전한 하나의 것으로 만들어주는 이 출렁다리는 개통 당시 무주탑 현수교로 전국 최장인 150m 길이를 자랑한다.
2018년 1월 개통된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는 200m로 길이를 더 늘이며 기록을 깼다. 이후 전국 각지에 출렁다리가 놓이기 시작했다.


출렁다리 여행준비 TIP
강풍대비 준비는 철저히
겨울철에 출렁다리를 건너려면 강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겉옷과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 철제 난간을 잡기 위한 장갑이 필수다. 굽이 있는 여자 구두는 위험하다. 모자는 바람에 날리지 않는 끈이 달린 것으로 준비하자.
사진촬영 준비는 이렇게
사진을 찍을 때는 특별히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출렁다리는 대부분 폭이 좁기 때문에 사진촬영을 위해 장시간 지체하면 뒷사람이 지나가기 어렵다. 출렁다리를 걷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려면 동행과 시차를 두고 다리를 건너는 것이 좋다.
다리 위에서 주변 풍광을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으려면 목에 걸 수 있는 끈이 달린 휴대폰 케이스를 준비해 가자. 휴대폰을 떨굴 걱정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무척 편리하다.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
소금산 출렁다리가 있는 간현관광지는 과거 90년대까지 직장인 야유회와 대학생 MT로 유명했던 곳이다. IMF 이후 급격히 쇠락했던 이 지역은 2018년 출렁다리가 등장한 뒤 완벽하게 옛 명성을 되찾았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최고 전성기때는 하루 최대 2만여명이 몰렸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길이가 200m이며, 높이는 아파트 40층 높이에 육박하는 100m에 달한다. 국내 최장 타이틀은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에 내줬지만, 바닥부터 높이는 여전히 국내 최고다.다리 바닥은 격자 형태로 뚫려 있어 아찔함을 더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쉽게 건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난간을 잡고 아래를 보지 않은 상태로 걷는 것이다.
출렁다리는 폭 1.5m로 두 사람 정도 지나갈 수 있지만, 일방통행으로 되어 있어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과 마주칠 걱정은 없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소금산 정상으로 가는 길과 하늘 바람길 산책로를 따라 하산하는 길로 나뉜다. 하늘 바람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출렁다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
출렁다리가 시작하는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는 섬강의 빼어난 풍광이 내려다보인다. 소금산 출렁다리 주변은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출렁다리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주변 절벽에 잔도가 마련된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와 인공폭포 설치 계획도 있다.
출렁다리 인근에는 레일바이크 타는 곳이 있다. 구 간현역에서 판대역을 오가는 코스로 코스 자체가 내리막 경사선로라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여유롭게 주변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충남 예산군 예당호는 둘레만 40km다.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면적은 10.88km²에 달하며 서울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 1929년 착공해 잠깐 공사가 중단됐다가 1963년 댐과 함께 완공했다.
2019년 개통한 예당호 출렁다리 역시 국내 최대 규모다. 길이 402m로 현재 우리나라 출렁다리 중 가장 길다.
물 위를 걷는 느낌을 주는 예당호 출렁다리는 산속에 있는 출렁다리에 비해 무섭지 않다. 다리에서 떨어져도 죽지는 않겠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높이 64m 주탑에는 전망대에 오르면 출렁다리 주변과 예당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음악분수쇼 역시 예당호 출렁다리의 명물이다. 신나는 음악 소리에 물줄기가 춤을 춘다. 밤에는 조명까지 더해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예산에서 출렁다리와 함께 가볼 만한 곳은 황새공원이다. 하늘 높이 비상하는 황새의 모습과 신비로운 울음소리를 직접 들어 볼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장소다. 황새 문화관에서는 국내 마지막 황새가 사라질 당시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준다.
사과와인으로 유명한 은성농원도 예산에 있다. 예산의 명물 사과를 이용해 만든 이색적인 와인 맛을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완주
대둔산 구름다리
대둔산은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이다. 원효대사는 대둔산을 가리켜 ‘사흘을 둘러보고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며 격찬했다고 전해진다.
해발 878m 우뚝 솟은 최고봉 마천대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위 봉우리들의 자태가 수려하다. 흙보다는 돌멩이가 많은 산이며, 주요 구간의 경사도가 만만치 않지만, 케이블카로 6분이면 정상 인근까지 올라갈 수 있어 둘러보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대둔산의 명물 ‘금강구름다리’의 길이는 81m다. 최근 개통한 타 지역 다리보다 길지 않지만, 좌우로 보이는 풍경은 어디에다 내놔도 빠지지 않는 절경이다. 금강구름다리를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되는 ‘삼선 철계단’이 나온다. 이름은 계단이지만 사다리에 가깝다. 좁고 가파른 철계단 127개가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걸쳐진 비주얼이 무척 자극적이다. 이 계단은 한 번에 60명까지 오를 수 있다. 여기서 30분을 더 가면 마천대 정상이다. 이 구간은 너덜겅 지대에 가까운 돌계단으로 이뤄져 있는데 길이 험한 편이라 등산화, 트래킹화가 필수다. 정상에는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표지석이 있는 탑과 전망대가 있다.
대둔산과 함께 둘러볼 만한 여행지는 불명산 화암사다. 요란스러운 치장을 최대한 자제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켜낸 천년 고찰이다. 국보 제316호로 지정된 극락전과 제보물 제662호 우화루 등이 경내에 있다.


거창
우두산 Y자 출렁다리
올해 5월 개통한 우두산 ‘Y자형 출렁다리’는 경남 거창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해발 620m에 설치된 출렁다리는 이름처럼 깎아지른 협곡을 세 방향으로 연결한 국내 유일의 산악 보도교다. 지상 높이 60m, 총 길이 109m다.
Y자형 출렁다리는 등산로가 상봉과 마장재로 갈리는 지점에 있다. 주탑 없이 난간의 와이어가 다리를 지탱하는 무주탑 현수교다. Y자형 출렁다리는 최대 하중 60톤, 75kg 어른 800명이 동시에 올라서도 끄떡없도록 설계했다. 동시 최대 수용 인원은 230명이다.
세 다리가 만나는 꼭짓점에 서면 장군봉과 덮시골폭포가 보인다. 여기서 왼쪽은 길이 18m 잔도를 지나 마장재로 가는 길이다. 오른쪽은 ‘늘해랑누리길’이 있는 치유의 숲으로 이어진다. 치유의 숲까지는 편안한 나무 데크 계단길이다. 조금만 더 가면 산림치유센터 건물이 나온다. 아큐닉 검사로 건강을 체크하는 건강측정실, 일라이트 온열 안락의자와 반신욕기를 갖춘 온열치료실, 요가를 위한 대형 강당과 다도체험실 등을 갖춘 공간이다.
정상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봉우리는 가야산이다. 사방을 둘러보면 1,000m급 명산이 즐비하다.
비계산(동남쪽), 북쪽으로 수덕산, 서북서쪽으로 덕유산-남덕유능선, 기백-금원산능선, 황석-거망산 능선이 보인다. 산 아래에는 고견사와 고견사폭포, 의상대사가 쌀을 얻어갔다는 쌀굴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