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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부작용 예상
집단소송법안
철회해야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두고 경제산업계 전반의 근심이 깊다. 특히 하자소송과 과장광고 시비가 잦은 주택업계에서는 소송 남발에 따른 기업부담 증가와 기업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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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형범
정책관리본부 차장
정부는 피해자 50인 이상인 모든 손해배상청구를 집단소송으로 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법을 전면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모든 상거래에서 기업의 위법행위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손해의 5배 한도 내에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법이 도입되면 하자소송과 과장광고 시비가 잦은 주택업계에서는 소 제기 사실만으로도 브랜드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회복 불가능한 경영상 피해를 입게 되는 등 큰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집단소송법안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다.
집단소송법안 주요내용

광범위한 적용과 불필요한 소송 남발 우려
첫째, 집단소송법안은 현행 민사소송법상 처분권주의나 기판력 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집단소송법안에서는 당사자의 위임 없이도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당사자가 신청하지 않은 범위에 대한 판결로 인해 처분의 자유가 제한되는 문제가 생긴다. 더욱이 대표당사자가 소송수행을 잘못해 패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거나 소 제기 사실 자체를 몰랐던 피해자까지 배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소송대응 능력이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우려된다. 집단소송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 선량한 다수 기업의 법률비용을 증가시키고 불필요한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집단소송법안에서는 공동주택 하자소송시 주택사업자에게 하자여부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한다. 심지어는 특허침해 등 특수사안에 한해 부과하는 특허법상 자료제출명령제도를 차용해 기업 영업비밀마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입주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공동주택 하자소송을 집단소송법안으로 진행하게 되면 무수한 소송 대응으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게 될뿐 아니라, 소송에 대응할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 기업들은 피소사실만으로도 신뢰도 저하와 매출 급감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주택관련 분쟁 개선 정책과 배치되는 제도
셋째, 집단소송법안은 하자분쟁 장기화 방지 및 분쟁비용 절감을 위한 국토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활성화 등 주택관련 분쟁 개선 정책과 배치된다.
국토부에서는 공동주택 하자발생 시 소송 이전 당사자간 해결을 위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기능 도입과 하자판정기준에 법원감정실무 차용, 그리고 인력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송요건이 대폭 완화된 집단소송법안이 시행될 경우 고액의 수임료를 목적으로 한 기획소송의 폭발적 증가가 우려된다.
넷째, 집단소송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다. 집단소송은 법률관계를 다투는 민사소송 절차로서 복잡한 쟁점이나 손해액 산정 등에 전문성이 필요하다. 실제로 배심제도가 있는 미국도 민사재판에서는 배심제가 거의 활용되지 않아 사실상 소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섯째,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 경제 체질을 강화해 고용 및 임금 유지에 진력해야 하는 시기에 파급효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파급력 큰 법안,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의 책임경영을 제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주택업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도 하자감소를 위한 공동주택 품질 향상에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논란이 많은 집단소송제도를 당장 도입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특히 향후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이 개별법에서 총원의 권리실현에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 집단소송 절차를 이미 마련한 경우에는 집단소송법안 적용을 배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소송제도는 사회적·경제적 파급이 큰 제도인 만큼 경제주체들의 수용성 및 제도의 실효성이 충족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신중한 입법영향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