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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의신무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인류의 삶과 시대 그리고 산업을 바꾸려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건설산업 안에서 두 기술의 활용 행태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손태홍
공학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공지능 × 빅데이터

2016년 3월 9일부터 5일간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기억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불리며 이세돌 9단이 우세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는 알파고가 4대 1의 대승을 거두었다.
인공지능 기반의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승리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몰고 왔다.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두려움마저 갖게 한 사건이었다. 알파고는 바둑판에서 생겨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분석해 승률이 가장 높은 수를 판별해 내는 방식으로 바둑을 뒀는데 이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 분석, 즉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
  • 빅데이터의 개념
인공지능의 정의와 활용사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건설산업에서 어떻게 쓰이며 향후 어떻게 확대될지 알아보기 전에 두 기술에 대한 정의와 활용방안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하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 AI)은 기계가 경험을 통해 학습하고 새로운 입력 데이터에 따라 기존의 지식을 활용해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194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가 인공지능 기술의 태동기라면, 1970년대부터 1990년까지는 1차 부흥기의 종료에 따른 빙하기였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신경망과 머신러닝 연구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현재는 인공지능 기술의 산업화가 진행되는 2차 부흥기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의료 및 헬스케어, 소매 및 제조, 보안, 교육 및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 의료분야에서는 유방암, 폐암, 치매 등의 질환을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소프트웨어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인공지능 기술이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신논문, 과거 진료정보 등을 분석해 의사가 최적의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IBM은 암과 관련된 60만건의 의학적 근거와 42개의 학술지 및 200만 페이지 분량에 이르는 임상사례를 학습한 왓슨 포 온콜로지라는 ‘인공지능 의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루닛 인사이트는 유방암진단 보조소프트웨어로 영상이미지 분석을 통해 97% 수준의 정확성을 가진 진단결과를 제공한다.

  • 결핵진단 인공지능 루닛(자료:한겨레)
  • IBM의 왓슨(자료:monews.co.kr)
빅데이터의 정의와 활용사례

빅데이터(Big Data)란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의 수집과 저장 및 처리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넘어서는 크기의 데이터로, 빠른 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로 정의할 수 있다. 생성된 데이터는 양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생성주기 또한 매우 짧으며, 데이터의 형태도 문자, 숫자, 이미지, 영상 등 매우 다양하다. 빅데이터는 고객 경험에서부터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비즈니스 활동을 처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넷플릭스, 피엔지(P&G) 등 글로벌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요구사항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제품·서비스가 지닌 핵심 속성을 분류해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예측모델을 구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운영 및 유지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다양한 종류의 장비결함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생산년도, 제조사, 장비모델 등과 같은 정형 데이터뿐만 아니라 에러 메시지, 작동 시 온도, 센서 데이터 등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장비의 오작동 등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 영향요인을 사전에 분석함으로써 유지관리비용을 절감하고 부품과 장비 가동시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면 SNS, 웹 방문기록, 호출로그 등 다양한 소스로 기록되는 고객경험 관련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객이탈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인공지능, 수천 가지 ‘택지설계 옵션’ 생성

인공지능 기반의 건설기술 중 하나로 오토데스크가 개발한 제너러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이라는 기술이 있다.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설계목표에 맞춘 다양한 설계옵션을 최단시간 안에 생성해 건축가, 엔지니어, 발주처 등의 사업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최적의 설계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뉴욕 맨하탄의 부동산 택지계획에 적용된 바 있다. 뉴욕의 신축건물에 대한 까다로운 법규를 지키기 위해서는 용적률과 건폐율, 지붕 및 커튼월 형태, 층수 및 층별 비용 등 복잡하고 다양한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제너러티브 디자인은 이와 같은 복잡한 설계제약요건에도 불구하고 수천 가지의 설계옵션을 만들었다.
이미 시장에서는 향후 제너러티브 디자인이 머신러닝기술과 연계되어 과거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설계목표와 조건을 입력하면 다양한 설계옵션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 인공지능 기반의 제너러티브 디자인(Generative Design) 개념
  • 제너러티브 디자인의 설계 옵션(자료: The National)
빅데이터로 불법개조 건축물 양산 막기도

건설산업에서 빅데이터의 활용가치는 매우 높다. 최근에는 다수의 민간 건설기업들이 빅데이터 구축 및 활용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제너러티브 디자인 기술도 건설사업에서 생성되는 많은 양의 데이터수집과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는 건설과정에서 원가절감뿐만 아니라 분양이나 마케팅 등 건설사업의 여러 방면에서 활용된다. 뉴욕시의 불법 개조 건물 예측에 빅데이터를 활용한 예가 있다.
뉴욕시는 임대사업자들이 방을 불법개조하는 사례로 인해 화재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문제와 위생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90만개가 넘는 건물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안전조사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방 데이터(Open Data)를 활용해 불법개조 가능성이 높은 건물을 예측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 모델은 건물의 위치, 준공연도, 구조형태 등의 데이터를 교차분석하고 이를 통해 패턴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불법개조 가능성이 큰 건물의 우선순위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뉴욕시는 불법개조되어 화재 위험이 큰 건물의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안전조사 감독관의 적발율 기존 13%에서 70%로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뉴욕시의 도시계획 및 관리 적용사례(자료: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

건설기업이 활용해야 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은 클라우드, IoT와 같은 플랫폼 기술과 더불어 기반 기술이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건설사업의 활용 범위는 설계와 프리콘 단계뿐만 아니라, 시공 및 운영유지 단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복잡한 제약조건을 극복해 최적의 설계옵션을 생산해는 내는 것은 물론이고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관리, 품질관리 등을 위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적용된 솔루션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기업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해 최대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즉 현재의 사업수행 프로세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선택 및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건설기업의 상품이 주택이든 토목이든 그 종류와는 상관이 없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기존의 생산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기술로서 최전선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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