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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젓하게 즐기는 가을 풍경

숨은 언택트 여행지를 찾아서

코로나19와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장기전'이 되며 '언택트 여행지'가 관심을 받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이나 인상 깊은 문화재 등이 있어야 하고, 편안한 숙소와 제철음식 등이 있어야 제대로 된 언택트 여행지다.
  • 글·사진 문유선
    여행작가
    ‘여행자의 방’ 저자

다행히 우리나라는 언택트 여행에 최적화된 나라다. 전 국토의 70%가 산이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가 밀집해 있다.
사람이 뜸한 곳을 원한다면 최고 인기 여행지부터 지도에서 지워나가는 것이 순서다.
올해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여행지는 강원도(강릉, 속초, 평창)와 제주도, 여수, 통영, 경주 등이다. 그다음은 전통적인 가을, 겨울 시즌 인기 여행지를 피해야 한다. 가을 단풍철의 설악산, 내장산 같은 곳이 여기 속한다.
지도에 남아 있는 지역 중 수도권에서 1시간 이내 지역을 또 뺀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지역 중 국립공원은 되도록 피해 여행지를 고르면 된다. 도립공원, 군립공원 중 의외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 많다.
물이 있는 곳을 원한다면 바다보다는 호수, 계곡이 좋다. 섬에 가고 싶다면 육지에 있는 섬부터 찾아보자. 접근성이 뛰어난 반면 인적이 뜸하다.
숲을 찾아가는 여행은 등산과는 개념이 다르다. 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 머무는 형태다.
숲 여행이 처음이라면 전국 각지에 있는 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을 눈여겨보자. ‘자연휴양림’은 숙박에 강점이 있고, ‘치유의 숲’은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두 곳 모두 온라인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다.

청남대 정상 전망대에 가려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충남 대청호
청남대와 로하스 해피로드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의 앞글자를 딴 이름이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지만 워낙에 광활한 지역이라 인파가 많이 몰리지 않는다.
청남대는 대청호의 랜드마크다. 진입로부터 풍광이 범상치 않다. 백합나무 430여 그루가 늘어선 가로수길은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청남대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대통령의 별장으로 쓰다가 일반에 개방한 곳이다. 땅 넓이가 무려 184만㎡나 된다. 11만6,000그루에 이르는 137종의 조경수, 35만 본의 143종의 야생화와 멧돼지, 고라니, 삵, 너구리, 꿩이 서식하는 생태환경은 웬만한 수목원 못지않다. 청와대를 빼닮은 청남대 본관, 대통령기념관, 오각정, 양어장, 초가정, 대통령 동상, 음악 분수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청남대 건너편에는 지난 2014년에 개장한 금강로하스 에코파크가 있다. 폐 취수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공간으로 생태학습쉼터, 문화예술쉼터, 전망대, 강변산책로 등을 갖췄다. 공원 내에는 카약·래프팅·웨이크보드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산책로인 ‘로하스 해피 로드’를 따라 대청댐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대청호 로하스 캠핑장은 대청호를 마주 보는 ‘명품 수변 캠핑장’이다. 일반 사이트, 카라반 사이트, 글램핑 사이트 등 총 50면의 캠핑사이트가 있다. 샤워장, 개수대, 피크닉 테이블 등의 편의시설도 수준급이다. 여기서 해피 로드로 연결되는 초입에는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멋진 포토 스폿이 있다.

청남대
주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길 646
전화 043-257-5080
홈페이지 http://chnam.chungbuk.go.kr/
대청호 로하스 캠핑장
주소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청로424번길 200(미호동)
전화 042-933-6575
홈페이지 http://www.golohas.kr/
청남대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청호 풍경. 청남대는 울창한 숲을 품고 있는 언택트 여행지다. 로하스해피로드는 청남대가 보이는 대청호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충북 괴산
갈론구곡과 선유구곡

충북 괴산은 계곡 여행으로 이름 높은 곳으로,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이상향인 ‘구곡’ 문화가 발달했다. 우암 송시열 유적이 있는 화양구곡만 피해 다른 구곡들을 선택하면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갈론구곡은 골이 깊기로 소문난 괴산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다. 주변 마을은 80년대까지는 자전거도 들어오기 어려웠던 오지 중 오지였다. 갈론마을을 지나 2~3㎞남짓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신선이 내려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해 장암석실,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재, 칠학동천, 선국암 등 비경이 펼쳐진다.
선유구곡은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금강산 남쪽에서는 으뜸가는 산수’라고 극찬한 곳이다. 퇴계 이황이 칠송정에 있는 함평 이씨댁을 찾아갔다가 산과 물, 바위, 노송 등이 잘 어우러진 절묘한 경치에 반하여 아홉 달을 돌아다니며 9곡의 이름을 지어 새겼다고 한다.
선유동 계곡 입구에서 출발, 구곡 중 1곡인 선유동문을 시작으로 2곡 경천벽, 3곡 학소암을 차례대로 만나고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을 지나 9곡인 은선암을 끝으로 계곡 상류인 후문을 빠져나가면 517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모든 구간 차량으로 진입이 가능하며, 중간에는 휴게소 겸 식당이 있다.

 
주소 갈론구곡 :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67번지 / 선유구곡 : 괴산군 청천면 관평리 일대
전화 043-120(충주시청)
홈페이지 https://www.chungju.go.kr/tour/index.do
선유구곡은 아기자기하고 때묻지 않은 풍광이 매력적이다. 갈론구곡은 괴산에서도 가장 오지에 있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충북 충주
비내섬

충주 남한강 비내섬은 육지 속 섬이다. 이름은 섬이지만 다리를 통해 육지로 연결된다. 99만㎡ 면적의 섬 내부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다. 아무런 건물도 시설도 없어 황량한 느낌마저 든다.
아무것도 없는 이 섬은 자전거 여행객에게 먼저 알려졌다. 전국 종주 코스 중 첫 스탬프를 찍는 인증센터가 이 섬 입구에 있다. 최근에는 노지 캠핑과 차박 ‘성지’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이 섬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비내섬은 가을에 특히 아름답다.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억새 바다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비내섬 앞에는 남한강 변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비내길이 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기며, 군부대 훈련이 있는 기간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주소 충북 충주시 앙성면 조천리 412
전화 043-830-3114 (괴산군청)
홈페이지 https://www.goesan.go.kr/tour/index.do
비내섬은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되는 육지 속 섬이다. 비내섬을 돌아보는 탐방로는 폭이 넓은 비포장 길이다.
부산시 기장
아홉산 숲

부산 기장군 철마면 아홉산 자락에 남평 문(文)씨 일가가 400년 가까이 보듬고 지켜온 숲이다. 국내 사유림 중 가장 완벽한 관리상태를 자랑한다.
숲길 탐방은 관미헌(觀薇軒)에서 시작한다.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이 가문의 철학을 담은 집이다. 이 숲을 지켜낸 이야기는 눈물겹다. 일제 침략기에는 놋그릇을 숨기는 척하며 일부러 들켜 일본군들의 눈길을 돌려 금강송이 살아남았고, 60년대 70년대 부산의 잔반과 분뇨차를 불러 그 거름으로 알뜰살뜰 대나무를 키웠다. 한때 관광객이 몰려들어 숲이 훼손되자 철조망을 둘러 입장을 통제했던 기간도 있었지만, 2015년부터 다시 문호를 개방했다.
한 집안이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거쳐 긴 세월 땀 흘려 가꾼 숲은 새와 동물의 터전이 됐다.
탐방로는 구갑죽 마당, 금강소나무 군락, 맹종죽 군락, 참나무 군락, 편백 군락, 소나무 군락, 평지 대밭을 둘러보는 코스다. 전체 소요 시간은 3시간 내외다.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맹종죽 군락지인 ‘굿터’와 ‘평지대밭’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 ‘협녀, 칼의 기억’, ‘대호’ 에 등장했던 곳이다.
관미헌 주변으로 꽃피는 나무들이 많다. 입구에 탐스럽게 피어나는 목련을 시작으로 4월에는 관미헌 옆으로 흰 동백, 연분홍 동백, 붉은 동백이 한 번에 피어난다.
그 곁에는 100년 수령의 배롱나무가 자란다.

 
주소 부산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37-1
전화 051-721-9183
홈페이지 http://www.ahopsan.com/
울창한 금강송 군락은 일제강점기 수탈에서 어렵게 지켜낸 사연이 있다. 하늘을 뚫을 듯 솟아오른 맹종죽 숲은 청량한 기운이 가득하다. 관미헌(觀薇軒)은 고사리조차 귀하게 본다는 숲지기 가문의 철학을 담은 집이다.
전남 광양
백운산 자연휴양림

광양은 여수, 순천과 인접해 있지만, 여행객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숨겨진 보물’ 같은 지역이다.
백두대간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백운산은 예로부터 숲이 울창해 고품질의 참숯을 생산하던 곳이다. 백운산이 있는 옥룡면 일대는 광양에서 이름난 명당이다. 높은 산이 있지만 안온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기운이 감도는 땅이다. 백운산 주변으로는 성불, 동곡, 어치, 금천 등 4곳의 깊은 계곡이 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에서 가장 많은 나무는 소나무와 삼나무, 편백이다. 이외에도 온대부터 한대까지의 1000종의 식물이 자생하며, 백운란, 백운배, 백운쇠물푸레, 백운기름나무, 나도승마, 털노박덩굴, 허어리 등 희귀식물이 있다. 이른 봄에는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숲 놀이터, 광양 목재문화 체험장, 치유의 숲 센터 등이 있어 어린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만족도가 높다. 숲 속의 집과 캐빈하우스 등 숙박시설도 잘 갖췄다.
지난 2019년 여름 개장한 치유의 숲 센터는 진정한 쉼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센터 주변으로 여섯 가지 테마의 코스를 정비해 산림 치유, 명상, 산림욕 체조 등을 진행한다.
센터 외부에는 치유정원, 풍욕 전망대, 해먹 쉼터, 편백볼 지압장을 배치했다. 센터 내부에서는 아로마요법, 편백 족욕, 명상, 요가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주소 전남 광양시 옥룡면 백계로 405
전화 061-797-2655
홈페이지 http://bwmt.gwangyang.go.kr/
소나무, 편백 등 울창한 침엽수림에서는 다량의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온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데크가 깔린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어 편안한 산책이 가능하다. 숲을 바라볼 수 있는 선베드 등 다양한 시설을 마련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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