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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뉴딜과
주택건설의
미래

4차 산업혁명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필두로 한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들을 주택부문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주택산업의 프로세스별로 융합 가능한 기술들을 파악해 보자.

서명교
대한주택건설협회 상근부회장 · 부동산학 박사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10여 년간 3% 내외에 머무르던 GDP 성장률이 작년에는 2.0%로 뚝 떨어졌다.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초 전파된 코로나19는 1/4분기 경제성장률을 -1.3%까지 내려앉게 만들었다.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는 7월 14일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비상경제회의 국민보고대회를 열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란 두 개의 축으로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대전환해 나가겠다고 했다.
디지털 뉴딜은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t),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공간정보, 블록체인, 3D 프린팅 등이 이들이다. 융합과 연결성을 키워드로 하는 이들 디지털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은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특이점으로 불리는 이 싱귤레러티(Singularity) 이후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인간의 문명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주택부문도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주택은 인간이 생존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필수적인 재화이기 때문이다. 주택이라는 상품을 만들고 이용하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스며들 것이다. 시장분석, 부지물색, 사업성검토, 자금조달, 토지매입, 설계, 인허가, 착공, 분양, 준공에 이르는 주택건설 과정이나, 입주 후 유지관리와 함께 일상적인 주거생활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들이 접목되고 융합되어질 것이다. 아니 주거문화를 선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가 먼저 선제적으로 그렇게 되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괄적이나마 주택건설 프로세스별로 어떤 미래기술이 접목 가능할까를 살펴본다.

시장분석 단계
빅데이터 기술로 사업성 예측 가능

대부분 사업이 마찬가지이겠지만 주택건설 또한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주택시장은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정부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요동을 친다. 따라서 언제나 주택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인지하도록 애써야 한다. 주택경기의 변동과 장단기 수급에 대한 예측은 다양하고 방대하게 발생되는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분석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 기술은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 저장하고, 이를 분석하여 미래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과 더불어 주택과 관련한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패턴분석 기법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예측 신뢰성을 점차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적절한 사업 타이밍 선택과 성공적 상품기획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부지물색과 사업성 검토 단계
정밀한 3D 정보 앱으로 정확하게

주택건설은 위치가 고정된 부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매우 큰 규모의 실물을 만드는 사업이다. 원가는 토지비, 공사비, 세금 및 기타비용으로 구분된다. 땅값이 매우 높은 도심지역에서는 토지비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부지물색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사업성검토와 최종부지 결정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최근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부동산 앱들이 나타나면서 부지물색을 좀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터와 공간정보 기술을 이용한 네이버부동산, 다음부동산, 직방, 다방 등은 날이 갈수록 자료의 양과 질을 높여 나가고 있다. 국토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는 해당토지에 대한 지적도와 행위제한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랜드북, 디스코 등은 지도상 해당부지에서 바로 개략적이나마 사업성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좋은 땅을 싸게 사는 게 전부다’라고 하듯이 부지물색은 주택건설 사업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정보를 통해 얻은 수많은 매물을 대상으로 극히 일부를 선별하고, 선별된 매물에 대해 규모검토와 가설계를 통해 사업성 검토를 하여 최종 사업 부지를 선정하게 된다. 좀 더 정밀한 3D 공간정보 앱이 융합되어진다면 부지물색과 사업성검토는 훨씬 빠르고 원활하며 정확해질 것이다.

자금조달과 토지매입 단계
블록체인 기술 · 핀테크 등 활용

사업부지가 정해지면 토지매입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주택건설은 수십 또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큰 사업규모이므로 모든 자금을 사업자가 부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토지대금의 10%인 계약금을 지급하고 토지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 다음, PF 등을 통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보통 이 단계에서 금융담보를 제공하고 공사를 진행할 시공사를 선정하게 된다. 공사가 시작되면 분양대금, 중도금 대출, 잔금 등을 통해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공사비 등을 지불하면 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된 철저한 데이터 보안으로 각종 계약 등에서 훨씬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게 될 것이다. 금융과 기술을 융합한 핀테크는 대출, 결제, 송금 등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를 창출해나가고 있다.

설계 및 인허가와 분양 단계
3차원 영상 BIM 통해 공사비용 절감해야

프로젝트의 원가는 설계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그러므로 설계과정에서 비용절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은 설계, 자재, 시공 등 건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입체적인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해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이다. 설계도면의 작성 기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원가절감, 공기단축, 리스크 제거를 반영해 착공 전에 설계도서의 품질을 완벽한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하자, 공기지연까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허가와 관련한 사업대상 토지의 현황과 이용에 대한 정보도 공간정보 기술을 이용하여 현장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서비스되고 있다. 지적도,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 각종 부동산 공부도 디지털화와 통합을 통해 인허가를 크게 개선하고 있다.
분양은 주택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접점이다. 사업의 성패가 판가름 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지금까지 대부분 실물 모델하우스를 짓고 설명회 등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과 함께 사이버 모델하우스로 전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빠르게 진화되는 가상현실, 공간정보 기술이 이러한 추세를 뒷받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사시행 단계
드론으로 빠른 측량, 모듈러 사업도 주목

주택건설을 위한 공사는 갈수록 여러 공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과 장비가 한 공간 안에 집중된다. 과거의 방식과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전과 품질, 공기 등 본질적인 가치를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디지털화 된 설계도면과 각종 서류는 모바일로 대체되고 있다. 실시간 공사현장과 사무실이 연동되어 업무량이 대폭 축소되고 있다.
공사현장에서는 정밀하고 빠른 측량을 위해 첨단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이 이용되고 있다. 굴삭기 등 건설장비는 센서, GPS와 연계한 인공지능의 관제에 따라 무인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별도의 측량작업 없이도 스스로 굴착작업의 위치와 깊이 등을 허용오차 범위 안에서 확인해 나간다.
볼보, 코마츠 등 세계적 건설장비 업체에서는 무인화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로봇은 24시간 사람의 손만큼 정밀한 작업으로 드릴링, 페인팅 등과 같은 일을 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기술은 헬멧에 부착된 센서 등을 통해 실시간 현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근로자의 안전을 지켜주게 된다.
한편, 빅데이터와 정보공유 기술을 이용한 프리패브 모듈러 사업이 미래 주택건설 사업으로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는 주요 구조물을 공장에서 제작한 뒤 현장에서 구조물을 레고 블록처럼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모듈러하우징업계에서 대표적 회사인 미국 카테라(Katerra)는 창립 5년 만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투자자들로부터 약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이 기업의 가치는 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일시에 공사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주택건설 사업도 관심을 받고 있다.

유지관리와 주거생활 단계
생활 최적화에 IoT · VR 기술 활용

주택이 완성되면 구성하고 있는 각종 시설들의 기능이나 성능이 항상 적절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나가야 한다. 이 때 실제 시설물과 똑같은 가상세계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게 되면 실시간 상황을 눈앞에 펼쳐 놓고 유지관리를 할 수 있다. 시설물의 기능과 성능은 스스로 최적화하는 상태로 만들어 나가게 된다.
주거생활 또한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의 출입은 얼굴인식으로 제어가 가능하게 된다. 침실, 거실, 주방, 서재와 같은 공간의 용도와 기능의 분류가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침실이나 거실이 커피숍이 되고,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체험관이 되고, 서재가 영화관이 되며, 음악 감상실이 될 수 있다. 각종 가전제품과 기기들은 스스로 유기적으로 제어되면서 온도, 습도, 미세먼지, 건강 등에서 최적의 생활환경을 조성해주게 될 것이다.

주택부문이 이러한 물결을 선도적으로
흡수하고 접목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를 무대로 하는
K-주택, K-주거문화를
창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국내 건설투자 GDP의 15% 차지
그중 비중 큰 주택에서 ‘디지털 뉴딜’ 이끌어야

최근 수년간 우리나라 건설투자는 GDP의 15~16%였다. 건설수주액에서 볼 때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45~50%로 나타났다. 순수 건설뿐만 아니라 관련된 금융, 부동산을 모두 포함할 경우 주택부문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OECD 국가의 평균으로 볼 때 총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주택부문의 비중은 20% 정도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가계자산에서도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가계 및 비영리단체 자산 중 주택이 50.8%, 기타 부동산이 27.2%인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주택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3년 남짓한 기간에 무려 22번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할 정도로 국민들이 첨예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문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경제와 사회 그리고 국민의 삶이 대변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택부문이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의 물결을 선도적으로 접목하고 흡수해 나가야 할 때이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무대를 선도하는 K-주택, K-주거문화를 창출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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